해외사업 다각화…유커감소로 특허·송객수수료 절감 효과도

[뷰티경제 최형호 기자] 사드 직격탄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면세업계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정부가 한국입국 금지령을 내려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확보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팔을 걷은 모습이다.

 

1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 이후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9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 동월대비 63.6% 감소했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39.4% 감소했지만 이달 1~9일 기준으로 64.5% 줄어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월에는 유커들의 국내 입국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에 지난 1~2월에는 지난해보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8% 이상 늘었음에도 올해 1분기 전체로 보면 9.1% 줄었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업계 화장품 업종은 울상이다. 유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현재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

특히 화장품 판매대 중 유커들이 가장 맣이 찾는다는 면세점 업계는 더더욱 비상이다. 중국인 매출이 70%~90%를 차지하고 있어 유커들이 들르지 않는다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1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은 지난해 중국의 본격적인 보복조치가 실행된 이후 일일 평균매출액이 전년 대비 절반 정도 줄었다.

입점 브랜드의 수준과 규모로 봤을 때도 지난해 매출 10조원 규모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유커들의 국내입국이 제한된다면 ‘한 장의 추억’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서울 광화문·명동일대 롯데, 신세계, 동화 등 서울시내 굵직한 면세점 상황을 살펴보면 주말 유커들로 북적이던 모습들은 온 데 간 데 없다.

특히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사드 배치로 인한 유커 감소, 주말 광화문 촛불시위로 인한 사실상 개점휴업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가 동화면세점에 대해 올해 폐점 가능성을 거론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동화면세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화면세점의 영업이익은 2015년 15억원 흑자에서 12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순이익도 1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40% 정도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줄어들었다.

신세계면세점도 일 매출 38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25~30억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면세점업계는 이번 기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커가 빠져나간 만큼 국내 및 중국 외 해외관광객들을 꾸준히 유치하며 매출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일부 면세점 업체는 높은 송객수수료를 덜 낼 수 있다는 판단에 오히려 유커 감소를 반기는 모양새다.

여기에 면세업계의 불만이었던 특허수수료의 1년 유예 방침을 정해 롯데, 신라 등 기존 면세점뿐만 아니라 신규면세점 숨통도 당분간 트일 전망이다.

송객수수료는 여행사가 고객을 모객해서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많은 고객을 면세점으로 보내 송객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면세점은 많은 모객을 유치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개 신규 면세점이 개점되면서 많은 수의 유커들을 모객하려는 수요가 늘자 기존 15% 내외하던 송객수수료가 현재 25%~30%까지 치솟은 실정이다.

송객수수료가 높을수록 면세점 내 구매율이 높아져도 매출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업계 관행으로 변질된 이 수수료가 여행의 질을 떨어뜨려서 지하경제를 양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유커들에게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고객을 유치함으로서 매출 확보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경우 사드의 직격탄으로 유커감소로 인한 매출에 직격탄을 입었지만 내국인 매출이 전년대비 20% 늘어나면서 지난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줄어들었다.

이는 롯데면세점이 최근들어 내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을 본격 준비하면서 가능했다.

롯데 면세점에 따르면 내국인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월 태국에 롯데면세점 개점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벗어난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롯데 측은 유커들이 전체 매출 약 70%정도 차지했던 만큼 내국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현 상황에 맞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면세점 업계는 불황일 수밖에 없다는 것.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한들 매출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유커들을 대신 충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면서도 “다행히 관세청이 특허수수료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침을 정해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청이 불황인 면세점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면세점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자 신규 면세점의 영업개시 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면세점 특허 수수료도 1년 납부 유예하기로 했다.

또 경영난을 겪는 관광 및 관련업계 납세자에 대해서는 법인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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