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 가입 안돼있고 시간제 고용 빈번...

▲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후속조치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뷰티경제 박찬균 기자]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후속조치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담하다. 실제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불만을 봉합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고 대부분 대책이 이미 몇 차례 나왔던 재탕 대책이라는 것.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액이 확정된 후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의 핵심 내용은 3조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해 소상공인·영세기업에 대해 과거 추세(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추가적인 임금인상분을 지원하고, 신용카드 수수료,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금융비용을 감소시키며, 임차인 보호범위 확대,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시정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약 1조원 이상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을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보전을 3조원으로 책정했지만 금액 자체가 현실에 뒤떨어지는 지적이다. 적어도 10조원 이상은 돼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이와함께 임대차 보증금 상한하향,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대부분 대책도 재탕 정책이라는 불만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임금보전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장 운영이 버거워진 상황에서 장기적 대책보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적합업종, 창업지원, 임대차보호법 등 오랜 시간이 걸려야 효과가 나오는 대책들만 내놓았다는 불만도 높다.

서울 대학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 모 원장은 “내년에 최근 정해진 최저임금이 시행되면 바로 오른 임금이 지급돼야하는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큰 실효성이 없다”며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직원 수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3조원으로 전국의 우리 같은 미용실 등 소상공인을 전부 지원한다는게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최 씨의 미용실 같은 경우는 규모가 있어 다행이지만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만 임시로 알바 미용사를 고용하는 미용실의 경우 임금 보전을 전혀 받지 못한다. 주말 2~3일만 일하는 직원에게 4대 보험을 가입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씨의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정부가 지원대책을 4대보험 가입 사업장에만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오 모 씨는 “대부분 우리같이 주말에만 미용사를 고용하는 미용실들은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채용할 때 고용보험 등을 들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더 많을 텐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약 313만 명이다. 이 중 고용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42.3%에 불과했다. 통계치대로라면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임금보전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대책 수립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이번 정부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단 한 차례도 소통하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임대차 보증금 관련 대책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이전에 내세운 공약들이어서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사업본부장은 “임금보전 대책의 경우 정부가 3조원을 제시했지만 현재 340만 명 수준인 소상공인 규모를 감안하면 15조원 이상은 필요하다”며 “결국 세금으로 임금보전을 해주겠다는 얘기인데 현재까지 정부는 세수 확보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는 초과임금을 3조원으로 보고 있는데 2018년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추가 분담금 근로자가 300여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추가 분담금 계산해보면 10조3000억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3조원 지원액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 임금 보조 기간도 명시돼있지 않다. 또한 재원 조달에 대한 방안도 나와 있지 않아, 정책의 연속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3조 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돈인가, 결국 세금이다. 그러면 서민 경제에서 세원을 마련해서 임금 지원을 해준다는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관련 대책을 소상공인들과 논의한 적이 없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며 “대책 전반에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부재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사실 카드 수수료 관련, 상가 임대차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관련, 이런 것들은 소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했던 내용이다. 이것이 마치 최저임금의 지원 대책인 것처럼 발표된 게 좀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준 사회문화조사심의관도 “정부의 지원대책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응급대책의 성격이 강하다. 지역별·업종별 차등적 최저임금 도입이나 인상 효과에 대한 정교한 모니터링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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