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30년 만에 대수술, 올해 말까지 대안 마련

▲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용업 등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해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뷰티경제 박찬균 기자] 정부가 30년 만에 최저임금제도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도 포함돼 미용업이 차등적용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제시한 제반 제도개선 요구를 올해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총6개 과제를 노사·공익이 추천한 전문가TF를 구성하고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제도개편에 나선 것은 정부로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내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할 당시 정부는 경영계에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인상분의 상당액을 정부가 현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보완책을 내놓으면서다. 대통령 공약(시간당 1만원)을 이행하는 대신 타격을 입을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세금으로 당근을 제시한 모양새다.

그렇다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노사자율 영역인 임금보전에 계속 투입하는 건 문제가 있다. 결국 제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할 개선과제는 6개다. 노사가 3개씩 제출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책정기준을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방안,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는 산입범위 조정과 업종·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매년 노사 간 대립이 이어지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미용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다, 미용업의 특성을 감안한 적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노동계는 편의점이나 PC방 같은 비교적 힘들지 않은 업종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제조업 같은 고된 일은 높이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미용업계에서는 미용업 임금체계를 감안한 차등적용을 바라고 있다.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 시급 1만원시대가 도래하면 미용업은 디자이너보다 임금을 더 받는 스태프가 나오는 임금 역전현상도 우려된다. 시급 1만원이 되면 산술적으로 하루 1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25일 근무하면 월 250만원이 된다. 그만큼 원급을 받는 디자이너가 많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디자이너보다 노동 강도가 덜한 스태프가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되는 셈이다.

대학로에서 L미용실을 운영하는 최성진 원장은 “현재 스태프가 5명 있는데 내년에는 2~3명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벌써부터 미용실 고용인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미용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업종 특성을 무시한 채 전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역별 차등제는 물가 등을 비교해 생활비가 많이 드는 곳과 적게 드는 곳의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는 형태다. 고가 시술이 많은 강남의 미용실 시급과 지방 중소도시의 미용실 시급이 같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동일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적용한다는 대원칙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쉽게 합의점이 도출될 지 미지수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따라서 시행령만 개정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부분은 최저임금위가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정치권의 상황에 따라 도입여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노동계의 반발을 감안하면 시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국내 대부분 기업이 지역과 상관없는 균등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수도권과 영·호남, 강원, 충청, 제주도 근로자의 임금에 격차를 두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업종별 차등제가 우선 고려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는 상여금과 숙식비 같은 현물 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느냐의 문제다. 현행 최저임금은 사실상 기본급에 국한된다. 각종 수당으로 연봉 4000만~5000만원을 받아도 기본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부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임금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노동계는 “그럴 경우 최저임금 하락을 초래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가운데 상여금을 받는 사람은 25% 정도다. 미용업계는 더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연 100% 정도로 연봉의 8% 내외다. 이를 감안하면 상여금을 산입해도 2~4% 정도의 하향조정 효과를 낼 뿐이다. 미용실 업주 입장에서는 산입범위가 넓어져도 부담경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용실에서 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미용실들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성과급제를 적용하는 디자이너는 몰라도 고정급을 적용받는 스태프의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우리도 2명의 스태프를 아예 내보내거나 디자이너로 승급시켜 고정급 부담을 줄이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다른 미용실도 보통 2~3년 걸리는 디자이너 승급을, 심한 곳은 6개월 정도로 줄이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 기술이 부족한 스태프를 단지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디자이너로 승급시키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업종 특성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전문가의 연구와 별도로 다음 달에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말쯤 각 사안별로 복수 안을 도출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장관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제도 개편 안이 완료되는 시점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제도가 바뀌면 2019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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