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시절, 박 정부 규제프리존 반대…이번에 이름만 바꿔 도입 추진

▲ 더불어 민주당과 정부는 18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함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특정 지역과 산업에 대해 규제를 푸는 ‘테스트베드형 지역특구’를 도입하는 법안을 2018년 상반기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발의되면 지난해 논란이 됐던 법인 미용실 허용 문제가 쟁점으로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지은 지난 18일 개최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당·정·청 협의회’ 장면.(사진 제공=더불어 민주당)

[뷰티경제 박찬균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규제 혁신’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쓰던 ‘규제 프리존’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있지만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테스트베드형 지역특구’와 ‘규제 샌드 박스(Regulatory Sandbox)’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의 정책이 추진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일본의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참고해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전략 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대거 풀고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 특화 산업을 키운다는 취지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추진했었다. 더불어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 법을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며 반대했다.

여당이 된 민주당과 정부는 18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함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2018년 상반기 중으로 ‘테스트베드형 지역특구’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규제 프리존’이라는 표현만 ‘규제 샌드박스’, ‘테스트베드형 지역특구’로 바꾸고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을 국회에서 입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 추진 당시 미용업계도 야당과 함께 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대기업이 미용업에 진출하면 대부분의 미용실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규제프리존에서는 현재 개인만 영업할 수 있는 미용실을 기업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법인 미용실을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김승희 식약처장(자유한국당 의원)이 충북에 설치되는 ‘화장품산업 규제 프리존’에 입주하는 기업이 이용업과 미용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뷰티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규제프리존 진출 기업은 단순히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실뿐만 아니라 마사지, 두피케어 등 통합적인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차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식약처는 “단순히 화장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화장품의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화장품 업체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현행 제도는 개인만 피부·두피케어실을 운영할 수 있게 돼 있어 규제 프리존 지역에 한해 규제를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화장품산업 규제 프리존에서 미용업을 할 수 있지만 규제 프리존 밖에서는 할 수 없어 전국 곳곳의 영세 이·미용실이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과 미용사회는 “경기 침체와 치열한 경쟁으로 동네 이·미용실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미용실이 허용된다면 재벌기업이 이·미용사를 고용해 피부 관리실, 이·미용실 등을 열고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길이 열리게 돼 전체 95%에 달하는 여성 1인 운영 미용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일자자리위원회가 밝힌 규제완화 정책은 내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내년에 또 한 번 법인 미용실 허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는 여야가 바뀌어서 정치권의 입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미용사회의 입장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미용사회는 과거 2000년대 초 LG텔레콤(현 LGU+)과 특정 미용실이 멤버십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려하자 대기업의 미용실 진출이라며 강력 반발했으며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셈타워에 미용실을 개업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반대하기도 했다.

사실 법인 미용실의 허용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거론이 될 때마다 반대 입장이 강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법인 미용실=재벌 미용실’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프랜차이즈 미용실이나 대형 미용실은 법인 미용실과 규모나 운영방식에 있어서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반대 논리가 약하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개인이 운영하면서 본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형태지만 일부 프랜차이 미용실은 전 매장을 직영하면서 규제를 피해 직원들의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형미용실은 화장품사업에 진출하는 등 이미 법인 미용실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못하면서 법적 규정을 준수하면서 영업을 하려는 법인 미용실 반대는 논리적 모순을 가져온다.

미용실의 대형화는 일부 골목 미용실에게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부터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텐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미용실은 결국 법인 미용실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간의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라면 반대만이 능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LGU+와 멤버십 공유 사업을 진행하다 미용사회의 반대에 부닥쳐 사업을 접어야 했던 명동 S미용실의 K 원장은 “당시 반대는 소비자 입장보다는 결국 밥그릇 싸움밖에 안됐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삿짐 센터를 운영하는데 ‘나는 리어카로 하니 너도 화물차로 하지 말고 리어카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지금 미용실 O2O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용시장의 특성은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다르다. 이미 미용실은 대형화 돼있고 프랜차이즈 미용실도 대세로 자리 잡은 상항에서 여타 산업의 학습효과 때문에 무조건 반대 한다는 것도 미용 산업 전반을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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