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개발 저조한 가운데 1+1, 고객감사 이벤트는 차별성 못 줘...

[뷰티경제 한상익 기자] 우리나라 화장품 유통의 현대화라는 큰 변화는 2002년 1월에 시작됐다. 화장품 로드샵이다.

미샤가 처음으로 이대점을 오픈하면서 로드샵이라는 역사가 기록됐다. 더페이스샵 2003년, 스킨푸드 2004년, 에뛰드하우스 2005년, 이니스프리 2005년, 토니모리 2006년, 아리따움 2008년, 네이처리퍼블릭 2009년에 각각 뒤를 이으면서 국내 화장품 메스 유통의 발전을 이뤄냈다.

이 기간 동안 로드샵의 기세에 눌려 색다른 유통은 시장 진입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17년까지 15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로드샵은 제품 개발 경쟁을 부추겨 다양한 아이디어를 요구했으며 국내 OEM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가성비가 매우 높았다. 랑콤,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철저하게 ‘을’의 대접을 받아왔던 소비자들의 구매 태도를 변화시켰다. 국산 화장품도 수입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우수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 같은 국내 화장품 로드샵은 2017년 현재 15년이라는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화장품 유통 변혁은 통상적으로 10년 주기설이다. 결국 10년을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만한 유통 채널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드샵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로드샵은 적정 규모를 넘어섰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의 관광객 등의 유입으로 최악의 상황을 극복했다. 올해 사드 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소홀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낮을 때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무료 샘플 제공, 우수 고객 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을 개발해 시행했다.

지난 5년 여 동안 중국 관광객 비중이 높아지면서 명동 등 일부 주요 상권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어를 하는 카운슬러 등으로 교체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신제품 개발 동력을 상실했다. 굳이 신제품을 개발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찾는 제품만 대량으로 생산해 공급하면 된다. 한창 로드샵이 선의의 경쟁을 할 때는 한 달에 수백 개의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다. 반응이 없으면 곧바로 퇴출됐다.

로드샵들이 국내 소비자에 대한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다양한 신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면서 조용하게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영이다. 드럭스토어 개념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로드샵의 에너지 때문에 관심 밖의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의 중소기업의 참신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유치하고 거기다 해외의 가격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유치하면서 1천개에 육박하는 점포를 가진 화장품 메스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로드샵들도 내부적으로 올리브영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무튼 로드샵은 국내 화장품 유통이나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할 시기가 왔다. 이미 15년 동안 변화를 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원 플러스 원 이벤트나 고객 감사 이벤트 등이다. 더 이상 시장에서 차별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특히 고객이 교체됐다. 초창기 로드샵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주요 고객이 30대 후반에서 40대로 올라섰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니다. 이미 랑콤이나 에스티로더는 몇 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새로운 세대에 맞는 시스템으로 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통의 경우에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O2O, 온 디맨드 등을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컨시어지 서비스도 접목되고 있다.

따라서 로드샵은 지난 15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세대교체에 다른 전략을 수립하고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에서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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