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섭 메디힐 회장은 왜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장품 제조원 선택 표시’의 개정을 건의했을까?

현재 국내 화장품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매출 혹은 영업이익의 하락이다. 그 이유는 중국의 시장이 사드 전처럼 우리의 화장품을 구매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따이공과 단체관광객의 감소가 주 원인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대한 다른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권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화장품 포장에 표시하는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표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을까?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 됐을까?

 

현행 화장품법은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의 상호 및 주소 각각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제조업자 및 제조판매업자가 동일할 경우에는 한꺼번에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화장품을 구입해 살펴보면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이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거나 어떤 경우에는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이 각각 다르게 표시돼 있다. 다를 때에는 주로 해당 브랜드의 회사가 자체 생산이 아닌 OEM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화장품법은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번 권오섭 회장이 문 대통령에 건의한 내용은 브랜드사들이 OEM사 즉 제조원의 표기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함축적으로 보면 이 문제는 화장품 브랜드사와 OEM사 간의 문제다. 사실 제조원 표시기재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처음에는 국내의 일부 상위권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엘지생활건강에서 제기됐다.

이들은 국내 OEM을 통해 제품을 생산 공급받았지만 막대한 마케팅 등 예산을 투자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해 매출이 증가되기 시작하면 OEM사들이 다른 브랜드에게 비슷한 제품을 생산 공급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비슷한 제품을 해외 경쟁 브랜드에게 생산을 해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OEM들이 국내의 다수의 히트제품을 직접 생산해 준다는 사실을 영업에 적극 활용해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브랜드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OEM사들에게 전달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OEM사들은 매출 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좁았다.

브랜드사들은 OEM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생산시설은 자칫하면 경영에 막대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IMF 때의 위험한 경험을 다시 선택했다. 현재는 이 문제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이 자체 생산시설을 통한 생산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소강국면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들이 중국에 수출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제조원을 변경을 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위생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대외적인 명분이다.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