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놀랄만한 제품 개발 시급...현지 마케팅 못하는 '졸보'서 탈피해야

10-20년 전 국내 화장품은 로드샵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무섭게 성장하는 시기였다. 특히 이 같은 경쟁 속에서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이 사용한 화장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핫이슈였다.

이 같은 솔직한 평가는 곧 많은 친구들로부터 호응을 받으며 때로는 여론으로 형성되기도 했다. 기존에는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만든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전환하는 전환점이므로 화장품 브랜드들은 매우 당혹스럽게 받아 들였다.

뜻하지 않게 나쁜 이슈가 제기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판매 등에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 때문에 일부 브랜드에서는 모델이 구설수에 오르면 곧바로 해당 소비자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면서 이해를 구하면서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이 같은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면서 화장품 브랜드는 소비자의 이슈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따라서 신제품 등을 출시할 때마다 미리 해당 제품을 많은 회원을 확보한 블로거들에게 제공해 사전 테스트를 받는 사례도 속속 나타났다.

소비자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신제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은 물론 출시 전에 일반 친구들과는 달리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다는 강점으로 소비자의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 ‘얼리 어덥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화장품 브랜드는 좀더 업그레이드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블로거만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도 이 같은 기회를 제공해 제품 출시 전에 관심을 끌어올리고 판매를 촉진하는 ‘소비자 참여형 샘플 마케팅’을 고안해 냈다.

자사 브랜드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샘플 마케팅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소수의 인원으로 참여를 제한했지만 브랜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것이 곧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회에 10만 명을 모집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대규모 샘플마케팅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분석하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브랜드는 소비자의 지적이 발생하면 막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하더라도 출시일을 미루고 개선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기존에는 화장품 브랜드가 연구소와 마케팅이 나름대로 개발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사용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때부터는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시도되는 계기가 됐다.

국내 브랜드가 이 같은 샘플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할 때 로레알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는 이를 외면했다. 샘플도 본사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거나 특정한 가격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서 샘플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고 그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면서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샘플 마케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 방어가 아닌 일방적 소통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풀이됐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기존의 상식에서는 샘플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개념이나 의지도 없었고 자사의 막대한 연구소가 오랜 시간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품질 등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브랜드의 자존심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물결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렇듯 샘플 마케팅은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가 개발하고 정착시킨 문화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과 브랜드가 창조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로레알 파리가 중국에서 영점크림을 출시하면서 이 방법을 선택해 출시 당일 1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이슈를 모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제품은 소비자 1,00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동으로 기획하고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정해 개발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로레알의 신제품 개발은 지난 10-20년 전의 우리가 사용하던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과 흡사하다. 로레알은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 참여형 제품을 개발해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데 정작 충분한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는 국내 화장품은 응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국내 브랜드는 사드 이후 매출이 하락했다는 푸념만 하면서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트렌드가 바뀌었는데도 10여 년 전의 구닥다리 제품을 계속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현지 마케팅 등에 대해서는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도 이제는 그동안 국내에서 축척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중국시장에 새롭게 도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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