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삭제하고 벌칙 체계 벌금형으로 전환해야...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 수준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30-50클럽 국가(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 나라)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저임금을 위반했을 때의 징역형은 30-50클럽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에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위반 관련 벌칙이 선진국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2018년 7월 1일 이후 1주 최대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근로시간 유연화, 근로문화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력, 장비, 기술 등 기업 자원의 운용 폭이 제한된 채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 한도를 위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에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2020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법·제도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전반에 근로시간 위반 관련 불안감이 팽배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감이 몰릴 때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위반에 따른 벌칙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강해 사업주의 부재에 따른 투자 의사결정 지연 등 기업경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30-50클럽 소속 선진국에는 일감이 몰릴 경우에도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연근로시간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 최대단위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최대 단위기간이 1년 수준인 탄력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최대 단위기간이 26주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벌칙 수준도 30-50클럽 소속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이 없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독일은 원칙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면서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노사제도가 유사한 일본은 징역 6개월 이하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벌칙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벌금과 징역형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일감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로 최대 단위기간이 52주라서 사업주가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우리나라 보다 낮은 상황이다.

자료: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심의편람' 및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2019.6)

한경연은 우선 우리나라도 일감이 몰릴 경우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30-50클럽 소속 국가들의 벌칙을 참고해서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을 벌금형 위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징역형을 유지하더라도 상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최근 2년간 29.1% 올랐다. 여기에 법정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사업주가 실제로 지급하는 인건비는 시간당 10,030원으로 1만원을 초과한다. 문제는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중소 사업주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7년 13.3%에서 2018년 15.5%로 높아졌는데, 특히 1∼4인 사업체 36.3%, 5∼9인 사업체 19.6% 등 규모가 영세할수록 미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최저임금 영향률이 2019년 25.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미만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아지면 미만율도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 현행 처벌규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급능력이 한계선상에 있는 사업주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못 버티고 불가피하게 법을 어겨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30-50클럽 국가들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한 경우 대부분 징역형 없이 벌금형만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이 지급된 근로자 1명당 1,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는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위반했을 때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국은 최대 2만 파운드 내에서 최저임금 미지급분의 200%에 해당하는 과태료(penalty)를 부과하거나 고의위반 시 벌금(fine)을 부과하고, 독일은 벌금이나 징역형 없이 최대 50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서 벌금형과 징역형을 도입하고 있으나 최저임금을 의도적으로 위반(willful violations)했을 때만 1만 달러 이하의 벌금 혹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수준이었다.

한경연은 30-50클럽 선진국들의 처벌수준을 고려하여 우리나라도 처벌규정을 완화하고 영세사업자가 범법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법상 징역형을 삭제하여 벌칙 체계를 벌금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고 내년부터 중소기업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영세‧중소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해 관련 벌칙을 적용 받을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및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야 근로시간 처벌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위반 벌칙을 벌금형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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