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강열한 도전과 독려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 온화해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2020 경영방침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감소한 것인지, 2019년의 경영성과에 만족한 것인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서 회장은 경영이 좋을 때나 혹은 다소 둔화될 때에도 메가 브랜드 10개 육성, 아시아 뷰티, 글로벌 뷰티, 미주 및 중동 시장 공략 등 일선에서 쉼 없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독려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서 회장은 2020년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2019년에 비해 같은 단어를 선택하고 크게 달라진 어젠더를 발견할 수 없다. 휴가도 반납하고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해마다 실시했던 인사도 2019년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아무튼 2019년 아모레퍼시픽의 경영방침은 ‘변화를 즐기자(Exciting Changes)’다. 2020년의 경우에도 ‘변화를 즐기자’로 정했다. 2년 연속으로 동일한 경엽방침을 슬로건으로 내갈고 있어 큰 틀에서 보면 변화 보다는 2019년의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브랜드가 나아가야할 방향성 제시도 비슷하다. 2019년에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최초이자 최고의 세계 일류 상품, 남들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2020년에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혁신 상품’이며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고유의 스토리로 독보적인 브랜드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해 큰 차이가 없다.

유통전략도 큰 변화가 없다. 2019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 채널의 시대이며 특히 화장품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디지털과 모바일이고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를 다각도로 활용해 멀티 브랜드, 멀티 카테고리, 멀티채널을 통해 전 방위로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20년의 경우에는 ‘옴니 디지털 루프’를 구현하기 위한 전사적 디지털화를 가속해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이 이끄는 초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에서 독자적인 디지털 루프를 키워내고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 채널을 위해, 빅데이터와 디지털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모든 밸류 체인에서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야 한다고 해 2019년에 구축한 채널을 고리로 연결하는 후속작업을 다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변화를 즐기자는 내용의 슬로건은 다소 다른 상황이다. 2019년에는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지금의 모든 변화를 즐겨야 한다며 강한 도전정신을 요구했다.

2020년에는 고객을 위한 크고 작은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즐기며 혁신해 나가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최우선의 가치로 로 ‘고객중심’ 다시 새기자. 서로를 향한 두터운 존중 속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작은 것부터 새롭게 시도해 나가자고 밝혀 인간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작은 것부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특히 2020년에는 구성원들이 각자가 일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 성장하는 조직이자 모두가 함께 ‘일하기 좋은 회사’로 변화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기존의 도전과 전진 그리고 독려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한편 2020년에는 고객, 환경, 사회와 조화롭게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책임 있는 기업 시민’이 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자고 밝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연관 분야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하겠다는 의지가 표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