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건 남짓, 낯선 리필 문화, 홍보 부족 등이 원인 꼽혀
리필 활성화 통해 탄소저감 등 친환경 문화 선도 의도 무색
브랜드마다 다른 전용용기 사용은 탄소중립 구현 정신에 위배돼
“일단 어색해 하세요. 방법을 몰라 문의하시는 분도 많고.. 하루 평균 10건 정도 진행하는 것 같아요.”
정부가 화장품 리필 매장에서 조제관리사 없이도 화장품 리필을 허용, 녹색소비 촉진을 통해 화장품 산업을 지원한다는 의도로 야심차게 시작한 화장품 리필 전문 매장 운영 방안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책 발표후 두달이 지났지만, 이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리필 매장에서 화장품 리필을 진행하는 케이스가 평균 10여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러 이유가 있겟지만 일단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친 이들은 한결같이 낯선 리필 문화와 이에 대한 홍보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취지는 공감하시지만 그게 실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향이 커요. 어떻게 하는지를 문의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어색하게 용기를 들이미시는 분들도 그렇고.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고 난 후라야 리필하시는 분들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 규제 풀고 시범 운영 나서도 인식 변화 없이는 힘들어
지난 7월 1일, 식약처는 화장품 소분(리필)매장에 대해 ▲소비자의 직접 소분(리필) 허용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없는 소분(리필)매장 시범운영 ▲위생관리지침 제공 ▲소분(리필)매장 안전관리 국제기준 논의 (환경부) ▲화장품 소분(리필)판매용 표준용기 지침서(가이드라인) 배포 ▲중·소규모 매장에 표준용기 시범보급 ▲표준용기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 감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장 내 소비자 직접 소분(리필)은 리필매장에서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 액체비누 등 네 가지 화장품을 조제관리사의 안내에 따라 매장에 비치된 밸브 혹은 자동 소분(리필)장치를 사용해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모든 매장에서 다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기존 10여개 매장과 7개의 시범 운영 매장 등 20여곳에서 이를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맞춤형화장품제조관리사 없이도 교육/훈련받은 직원이 화장품 리필매장에서 제품 품질관리, 매장 위생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실증특례 사업을 9월 15일에 개최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함으로써 화장품 리필의 대중화로 가는 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대치에 크게 모자란 것으로 보여진다. 다소간은 성급하게 진행된 정책 추진이 빚은 오류라는 평이 나올 만큼 진행 상황도 매끄럽지 않다.
취재 결과, 정부가 시범 운영 매장으로 선정한 7개 매장은 아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12월 중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내놓을 뿐, 정확한 개시일을 확정하지 못한 것도 사업이 순항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탄소중립 이끄는 리필 매장 확대는 필연, 문제는 실효성
초반의 성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필 매장 확대는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통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지금, 세계 각국이 리필 매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환경부 추정치에 따르면 리필 스테이션 한 곳에서 하루 20건의 리필 제품을 판매하면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1095kg를 절감할 수 있다. 이번 규제특례심의위 또한 화장품 리필 매장이 한 곳당 연간 110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증 특례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말대로 화장품 리필 문화가 확산되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줄어들어 탄소중립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한치의 의심없이 받아들여질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장품 리필이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량 감소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일단 리필 시 사용하는 용기가 각 브랜드마다 다른 이유로 이를 위한 전용 용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에 따라 달라지는 전용 용기를 제작하는 것 또한 플라스틱 제로의 원칙에 위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전용 용기 제작 및 활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재 수도권에 몰려있는 리필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히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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