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안 143개항 둘러싼 노-사 양보 마음가짐이 관건

▲ 로레알 로고

로레알코리아(대표 클라우스 파스벤더)가 창사 이래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다.

국내에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약 12년 동안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어오면서 국내 최대의 수입 화장품사로 자리매김 한 로레알이 최근 노동조합의 설립과 함께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각 사업 부문에서 성장 일로를 걸었던 로레알이지만 지난해부터는 경기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노조창립이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 및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황>
지난 1993년 코벨을 설립하면서 국내 백화점, 시판, 헤어살롱, 약국 등 전방위 유통경로에서 화장품 사업을 전개해 온 로레알은 각 유통에서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확대를 거듭해 왔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약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때부터 로레알은 태평양,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3위의 화장품사로 표방하는 등 빠르게 대기업 화장품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이 빠른 성장 및 사원 증가는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기업의 통과 의례를 자연스럽게 수반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로레알 노조(엘오케이 노동조합)는 올 6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서비스연맹에 정식 가입하면서 설립됐다.

당시 수입화장품사로서 노조가 설립된 기업은 샤넬에 이어 로레알이 두 번째였으나 샤넬의 경우 노사합의에 따라 노조가 해체되고 노사협의회가 남아 조율을 맡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로레알 노조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유일한 실정이다.

또한 노조는 처음 설립될 당시 로레알의 백화점 브랜드인 랑콤 판매사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나, 이후 약 4개월이 경과하면서 비오템, 폴로(랄프로렌 등 향수), 로레알 파리 등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전체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로레알 노조는 조직 확대와 함께 회사측과 약 7차례의 정식 협상 및 8차례의 약식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7일에는 수입화장품사로서는 처음으로 로레알 본사 앞에서 가두 집회를 갖고 회사측에 단체협약 수용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노조 설립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상호 윈윈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현재 노조측과 연일 단체협약의 각종 사안을 놓고 대화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점>
그러나 로레알 본사와 노조의 갈등 고리가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설립 이래 크고 작은 협의가 15차례나 이루어졌으나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노조측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143개 단체협약안 가운데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측 역시 단체협약안과 관련 구체적인 항목이나 수용 여부를 밝히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지만 ‘노사 합의에 도달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표명함으로써 장기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로레알에 노조가 설립된 배경과 관련한 백화점 관계자들의 의견 역시도 노사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더하고 있다.

노조 창립 과정을 지켜 본 백화점 화장품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로레알 매장 직원들이 근무시간, 급여 등 조건에 있어서 특별히 열악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타 브랜드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로레알의 최고 주의’로 인한 각 매장의 매출 압박 및 부담이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비교적 무거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노조 설립은 단순한 회사 성장에 동반된 결과 이외에도 그동안 누적돼 왔던 매장 직원들의 이유있는 불만이 불거진 것인만큼 합의점 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망>
로레알 노조가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지난 17일, 로레알 본사측은 ‘노사 협의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해 향후 적극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노조측 역시 약 430명(노조측 집계)의 인원이 집회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으나 집회 당일이 백화점 휴무였다는 점과, 집회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과도하게 격앙된 모습 없이 평화롭게 시위를 끝내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협의에 임하더라도 노조측의 143개에 이르는 단체협약안이 전면 수용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항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협약안에는 입금 인상 및 근무시간 조율, 근무인원 충원, 상여금, 전직 근무자 퇴직금 등 크고 작은 요구사항이 다양하게 담겨있어 회사측이 이를 모두 검토하는 데에만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모든 사항을 수락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노조가 설립·운영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로레알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쟁취’보다는 ‘양보’가 합의 도출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의 갈등은 한번의 합의로 해소하기 어렵다. 노사 양쪽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금씩 서로에게 양보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윈윈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국내 최대의 수입 화장품사, 그리고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으로서 로레알이 위상에 걸맞게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다른 화장품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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