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앙큼한 거짓말’과 ‘둔치’가 빚어낸 미의 세계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두꺼운 메이크업 여성, 남자 50% 이상 비호감 느낀다’라는 설문조사의 결과가 게시됐다. 남성들은 ‘지나치게 짙은 화장이나 진한 향수 냄새의 여성’을 비호감 1위로 꼽았다. 여성들은 이 설문조사를 보고 ‘단단히’ 뿔났다.

한 회원은 “두껍게 하면 두껍게 한다고 난리, 연하게 하면 연하게 한다고 난리, 안하면 안한다고 난리 뭐 어쩌라는 거냐” 고 댓글을 달았고 다수의 네티즌들은 “나도 니들(남성들)의 짙은 스킨냄새 역하다”, “요즘 세상에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하는 여자가 어디 있냐”며 “이러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 자체가 오지랖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기사는 “비비크림 바른 남성, 여성 50%이상 비호감 느낀다”라는 기사제목을 패러디한 댓글로 마무리 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풀 메이크업을 한 지 안한지 구분도 못하면서 참 말이 많다, 해태눈깔들”하고 무심하게 남긴 한 회원의 댓글이었는데 이 댓글은 여성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정말 남성들은 여성들의 화장을 색조가 곧 짙은 화장, 파운데이션만 두껍고 꼼꼼히 바르면 연한화장으로 생각할까?

한 네티즌은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컨실러를 꼼꼼하고 두껍게 바른 후 입술을 여리여리하게 표현하면 남자친구가 화장을 안 한 줄 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내 남자친구도 색이 짙은 섀도를 사용하면 진한 화장인 줄 알고, 눈 화장 대충 하고 베이스에 힘주면 투명화장으로 안다”고 말해 ‘절대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남성들이 ‘여자 연예인 침실 셀카’를 보고 ‘쌩얼 미녀’라고 열광하는 그 순간 여성들은 비비크림과 파우더를 얇게 펴 발라주고 옅은 선홍색 립밤에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한 것을 못 알아보는 남성들을 ‘둔치’로 생각한다.

예전 한 비누광고에서 ‘선배는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보기 좋아요’라는 카피로 전국 여자선배들을 설레게 했던 광고를 기억하는가. 갓 목욕탕에서 나온 ‘선배’를 마주친 남자후배들 입에서도 ‘선배는 화장 안 한게 더 예뻐요’라는 말이 나올지 의문이다.

스모키화장을 짙게 한 여성을 보고 ‘화장 안하면 안돼?’ 라고 말하는 ‘겁 없는’ 남성을 향해 ‘너 보라고 화장한 거 아니거든’이라고 외치는 여성들. 한 네티즌은 “화장한 여자를 싫어한다는 남자친구에게 화장이 몹시 진한 여자를 가리키며 어떠냐고 물어보니 화장한 줄 모르던데요” 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남성들이 화장한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성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비비크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늦은 밤 집 앞에 남자친구 만나러 나가며 한번 씩 바르지 않는가? ‘쌩얼’인 듯 표현하는 앙큼한 거짓말과 ‘둔치’가 빚어낸 아름다운 세상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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