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거리·브랜드숍 잘 지키나 에어커튼·센서 자동문 꼼수로 소용없어

지난 2일, 명동 화장품 매장 (사진:이혜복 기자)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이달부터 모든 매장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 반면 행태는 매장마다 제각각이었다.  

데일리코스메틱이 지난 2일 오후 2시경 명동의 화장품 매장 59개를 조사한 결과 43개의 매장이 문을 닫고 냉방을 가동해 조치를 잘 따르고 있었다. 개문영업을 하는 매장 16개 중 에어커튼을 설치한 매장은 12개, 정부시책을 무시하고 냉방을 가동하는 매장은 4개였다.  

매장의 실천은 위치에 따라 각기 달랐다. 중심거리의 매장은 6곳을 제외하곤 문을 닫은 채 영업했다. 열어둔 것과 마찬가지인 매장도 있었다. 매장 문 대부분이 센서로 열리는 자동문이라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이 입구에 서 있으면 무시로 열렸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자동문 앞에 선 채 냉방을 쐬는 등 악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입구의 직원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전력 낭비를 방조하고 있었다.  

올리브영, GS왓슨스 등 드럭스토어는 문에 에너지 절약 동참 매장 마크를 붙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브랜드숍도 출입문을 열어두고 냉방을 켜둔 곳은 명동 중심거리의 1곳뿐이었다.  

명동 올리브영 매장의 에너지 절약 안내 마크. (사진:이혜복 기자)

중심 거리를 벗어난 골목의 매장은 절반 가량 문을 열어두고 영업했다. 브랜드숍은 모두 문을 연 대신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침에 따르면 냉방과 마찬가지로 출입문이 닫혀 있을 경우에만 에어커튼을 켜둘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매장이 에어컨 대신 에어커튼을 킨 채 문을 열고 영업했다.  

에어커튼의 냉방 효과도 의심스러웠다. 매장에 들어서니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어 불쾌감을 더했다. 에너지 소비에 비해 효과가 없는 셈이다.

명동 골목 매장은 문열고 에어커튼을 켜뒀다. (사진:이혜복 기자)

브랜드와 달리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3곳 모두 개문냉방 중이었다. 직원에게 묻자 “브랜드 매장이 많아 손님을 끌어 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단속 여부를 알고 있음에도 “손님이 왔을 때 매장이 더우면 땀도 흘리고 불쾌함을 드러내서 단속이 있어도 눈치보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매장 3 직원 외 방문자가 없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냉방 외의 문제도 많았다. 외벽 공사 중인 분스 매장 1곳을 제외한 모든 화장품 매장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간판과 외부조명을 켜둔 채 영업했다. 매장 내부 조명이 밝고 직원들이 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해 영업 중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창의적 시책으로 ‘에너지절약 우수 기초 지자체’로 선정됐다. 올해도 지난달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다음달 말일까지 ‘문 열고 냉방’ 관행을 엄격히 단속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전력사용피크시간인 오후 2~5시 에너지과소비 건물의 전력사용을 제한한다.  

명동은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주요 상권 33개 중 하나로 에너지 절약 특별 조치 단속 대상이다. 감사원, 에너지시민연대 등 5개 시민단체, 산업통상자원부 및 지자체가 합동으로 점검 예정이다. 총 4차에 거친 경고마다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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