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 구매력 급감…중국에 한류 불어 나머지는 찬밥

▲신촌의 화장품 로드샵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VIP 대접을 받는 반면, 일본인 관광객과 우리나라 고객은 외면 당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이 왕이다. 지난 8일, 데일리코스메틱이 홍대‧신촌‧이대 주요 상권을 살펴본 결과, 이젠 관광지 근처가 아니어도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느라 다른 손님을 방치해두기 일쑤였다. 우리나라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도 직원의 도움 없이 일행끼리 제품을 골라 담고 있었다. 브랜드샵 뿐만 아니라 드럭스토어도 마찬가지.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은 화장품 매장의 주요 고객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품목 1위는 향수·화장품으로 46.2%를 차지한다.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전만 못하고 독도영유권‧북한 군사 위협 등 국가간 관계가 냉각돼 일본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엔저(低) 현상이 장기화된 것도 이유다.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는 무제한 엔화 방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은 환율 변동 전 가격을 유지하되 수입 가격은 낮아져 환차익(환율 변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 드럭스토어에서 일본 화장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나라까지 와서 한국산 화장품을 쇼핑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60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중·일 관광객 방문동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휴 기간 일본인들의 한국관광 예약률이 작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93.2%에 달했다.  

실제로 상반기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 22.5% 감소해 69만8천여명에 그쳤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37.8%나 증가해 72만3천여명에 달했다. 일본인 관광객 수를 앞지른 것이다. 

로드샵 관계자들은 지난 1월 데일리코스메틱과의 인터뷰에서 전략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명동 매장 등 일본 관광객 특수를 누리던 매장의 매출이 감소한 게 이유다. 대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타깃을 바꿔 이벤트, 중국어 안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의 여행전문지 씬랑요용((新浪游泳)도 우리나라의 화장품 구매를 위한 필수 방문지를 안내해 화제가 됐다. 영등포, 호텔 면세점, 백화점과 로드샵 매장을 고르게 소개한다. 

하지만 월가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일본의 약진을 점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 분기에 비해 0.2%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성장률 기대치가 0.6%에서 1.9%로 상향 조정됐다. 어쩌면 매장 직원이 괄시했던 일본인 관광객을 다시 챙겨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파이낸셜타임즈, 삼성증권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 기조를 내세워 수출 중심 전략으로 성장 둔화를 극복할 것이라 9일 전망했다. 이에 덩달아 원화와 엔화의 통화가치도 약세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한중일 3국의 화폐전쟁에 소비자 마음을 잡기 위한 화장품 브랜드의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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