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성분 선호·마케팅 수단 등 한국 화장품 시장 특수해... 규제 현실화 어렵다는 지적

[데일리코스메틱=한승아 기자] 최근 마이크로비드(microbead)가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마이크로비드(microbead)란 직경 1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을 뜻한다. 보통 치약이나 스크럽제 같은 퍼스널케어 및 화장품에 알갱이 형태로 함유된다. 마이크로비드는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세 사이즈로 분해돼 물에 씻겨내려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쳐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자연적으로 분해·소멸되지 않아 생태계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 최근 화장품,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드 성분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란 지적이 나왔으나 국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 서양 선진국은 마이크로비드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유니레버와 존슨앤드존슨 등 화장품 기업도 지난해 이미 마이크로비드 사용 금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나 규제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화장품 판매 회사나 OEM 업체 역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 화장품 시장의 특수성'을 꼽았다. 자연성분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상, 플라스틱 소재의 마이크로비드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마이크로비드 성분인 '폴리에칠렌'을 대체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소금, 설탕, 베이킹 파우더, 살구씨 가루, 호두껍질 가루 등을 이용한 스크럽제가 대표적인 예시다. 치약 역시 마이크로비드 대신 물에 용해되는 '실리카' 성분이 많이 쓰이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손성민 연구원은 데일리코스메틱과의 전화 통화에서 “마이크로비드는 전문가와 관련 생산 시설을 갖춰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가 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루트는 많지 않다”며 “국내 화장품 시장은 (소비자들이) 자연 성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마이크로비드를 호두 껍질 등 충분히 자연 성분으로 대체 가능한 상황이라, 업체들이 굳이 플라스틱 비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마이크로비드인 화장품 성분 '폴리에칠렌' 

마이크로비드가 '업계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각질 제거에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특징이 있어, 오히려 '마이크로비드'라는 단어 자체가 선전 문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따르면, 마이크로비드 관한 국내 특허 등록갯수는 무려 2천 여개에 이른다. 이들 대다수는 아모레퍼시픽, 로레알, LG생명과학 등 업계 선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아모레퍼시픽 일부 제품에 한해 플라스틱 소재의 마이크로비드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연말까지를 목표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모 관계자는 이에대해 "마이크로비드가 함유된 화장품은 이미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 브랜드 뿐만아니라 백화점 수입 화장품에도 많이 쓰인다. 앞으로는 생산을 줄이거나 안하더라도, 이미 판매되고 있는 완제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인체유해성이 없는 화장품을 환경문제 때문에 회수하기엔 (업체 입장에서) 손실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또한 "마이크로비드는 전문적인 생산 설비를 갖춰야 만들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비드가 함유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대다수가 대기업들이다. 작은 영세 업체는 생산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이미 생산설비 등에 많은 투자를 했을텐데, 이들이 여러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이크로비드 사용을 폐지할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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