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따이공 제재 피해 유통망 못 갖춘 중소기업 직격탄

단념할 수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2015년도 스쳐지나가고 있다. 화장품산업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발생했다. 지난 1년동안의 사회적인 이슈 7개와 화장품 트랜드 이슈 7개 등 총 14개의 이슈를 정리한다. -편집자주-  

[데일리코스메틱=박일우 기자] 2015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메르스’다. 지난 5월 하순부터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쳤는데, 화장품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화장품업계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관광객 급감으로 말 그대로 휘청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메르스 발생 직후인 지난 7월 25만5000명까지 감소해 평소에 비해 절반이상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요우커와 일본관광객으로 넘쳐나던 명동, 강남, 홍대, 동대문 등 상권은 한산함을 넘어 파리가 날릴 지경이 됐고,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 할 것 없이 모두 매출이 바닥을 쳤다.

국가적 재난사태에 정부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장품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빨리 메르스가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7월 초순 이후 추가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8월 이후부터 관광객이 조금씩 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 메르스로 부실한 산업구조 민낯 드러내...설상가상 따이공 제재로 중기 피해 집중

국가적 재난이라고는 하나 메르스로 화장품업계가 ‘휘청’댄 데에는 취약한 산업구조 탓이 크다.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제조업체는 2000여개, 제조판매업체는 8000여개나 된다. 시장규모에 비해 많아도 너무 많다. 국내시장 포화로 인한 과당경쟁 지적이 나온 지는 벌써 오래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장품산업이 고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는 비결은 ‘중국’에 있다. 중국을 위시한 중화권 수출호조와 요우커의 내수시장 견인이 화장품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기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수출은 전체의 80%를 넘게 차지한다. 사상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견인차 역시 중화권 수출이다. 내수시장도 중화권 관광객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로스숍시장이 커지면서 영향력이 감소하던 백화점과 면세점이 활황을 보이는 것도 이들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새 국내 화장품산업이 중국(중화권) 소비에 따라 성장세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조가 돼 버린 셈이다.

허리가 부실한 산업구조도 메르스 피해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실제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크게 본 곳은 대부분 중소업체들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과 로드숍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작았다. 이들에겐 중국에 직접 진출해 있거나 온라인채널 등 다른 유통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창궐했다고 중국인들의 화장품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유통망이 있는냐 없느냐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실제 유통망을 갖춘 이들 기업의 3분기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비교해서 대부분 성장했다. 결국 국내 로스숍 등에 납품하던 중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 등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피해만 엄청났던 셈이다.

# 국내 화장품산업 성장 중국인 손에 달려...중견기업육성 판로다각화 등 최우선 과제

설상가상으로 이들 중소기업들은 메르스에 비슷한 시기 ‘따이공 제재’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해부터 규제강화 조짐이 보이더니 지난 5월께부터 중국정부가 따이공을 전면봉쇄하기 시작해 사실상 따이공길이 막혔다.

따이공이 대중국 유통의 하나로 자리잡은 배경은 까다로운 중국 위생허가와 관계가 깊다. 위생허가를 얻는데 드는 오랜 시간과 비용 감당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겐 따이공이 거의 유일한 중국 진출 통로였기 때문이다.

따이공을 잘 활용해 중소기업에서 단숨에 중견기업으로 뛰어오른 업체가 있을만큼 따이공은 대중국유통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이 채널이 사실상 막히면서, 그것도 메르스 사태와 시기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은 출구없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메르스와 따이공 제재가 올해 화장품업계를 전체를 뒤흔들었지만, 그 여파는 상위업체와 중소기업에 상반된 결과를 안겼다. 허리가 없는 피라미드형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화장품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해 이런 산업구조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데 업계 종사자들의 이견은 없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허리를 강화하는 체질 개선 대책은커녕 대중국 편중도를 분산시킬 여건조차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침 한 번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지만, 이제 성장기에 들어서는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에 총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딜레마다.

결국 당장 먹고살기 위해 중국일변도라는 살얼음판을 걸어가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대안을 마련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외치며 내놓는 거창한 정부 지원사업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형편에 업계에 묘책을 바라는 것도 무리인 면도 있다.

메르스와 따이공 제재를 겪은 이후 중소기업들은 현지 직접 진출과 역직구몰 등을 통한 온라인 진출등에 주력하는 추세다. 메르스 사태 전이나 후나 중국 편중도 가속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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