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자극성, 노출빈도 높아 현명한 소비 필요

▲ 섬유유연제는 향뿐 아니라 상황, 성분, 안전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세탁 마무리 단계에 사용하는 섬유 유연제 업계에 ‘향’을 강조한 마케팅이 범람하고 있다. 한국피앤지의 ‘다우니’는 특유의 진한 향과 지속력을 내세우며 이달 초 ‘퍼퓸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시아 시장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피죤도 기존제품에 향 함량을 20% 높여 리뉴얼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은 향기 캡슐이 섬유에 밀착해 오래 향취를 남기는 ‘샤프란 향기 캡슐 팡팡’에 주력하고 있다. 헨켈의 ‘버넬’도 진한 복숭아 향으로 소비자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우니’는 지난해 10월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로 밝혀진 유해물질 ‘글루타알데히드’ 논란을 향기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신제품 ‘다우니 퍼퓸 컬렉션’의 ‘미스티크’와 ‘이노센스’는 출시 전 소비자조사기관을 통해 파워블로거 100명에게 사전 체험을 실시해 향기 선호도를 검증했다.

현재 ‘다우니’ 공식 홈페이지에는 조향사, 뷰티에디터, 매니아, 소비자 등의 향기 감상을 SNS와 블로그에 공유하게 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업계의 이 같은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섬유유연제의 본래 사용 목적과 품질보다 향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안전성보단 이미지에 치중한다는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소비자 이 모씨(26·직장인)는 향기 마케팅을 펼치는 섬유유연제에 대해 “향수를 쓰지 않아도 좋은 향이 난다면 발향이 강한 섬유유연제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에 치중한 섬유유연제 사용 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파우더룸,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 게시물 250여건을 조사한 결과, 향이 강한 섬유유연제를 사용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드러기, 가려움증,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50여건이다.

소비자 김 모씨(58·교사)는 “섬유유연제 구입 시 향의 종류는 고려하지만 강한 향취의 제품을 사용하면 가려움증이 있어 고농축 섬유유연제는 사지 않는다”고 답했다. “친정어머니는 빨래 냄새를 싫어해 고농축 섬유유연제를 다량 사용하는데 친정만 가면 그 냄새에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 빨리 나오고 싶을 정도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향료는 과다 사용 시 자극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화학물질 감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여성환경연대는 2009년 자료집 ‘환경과 우리 몸을 생각하는 화장품 만들기’에 향료의 자극성을 명시하고 있다.

석유추출물에 기반하는 인공 향료는 호흡곤란, 알러지 반응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톨루엔 등은 천식유발, 신경독성 등 유발 의심 물질이다. 섬유유연제를 사용한 의류는 피부 접촉 가능성이 크기에 자극성 물질 사용에 극히 유의해야 한다.

향료뿐만 아니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로 ‘다우니’에서 검출된 유해물질 ‘글루타알데히드’는 점막 자극성,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물질로 환경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분류된다.

옥시래킷벤키저의 ‘쉐리’에서 검출된 CMIT/MIT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1998년 흡입독성을 경고한 물질이다. 향을 강화한 섬유유연제는 공기 중 부향률도 높기에 흡입독성은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위험성 평가에 있어 물질 그 자체의 위험성인 ‘유해성’보다 노출 빈도도 함께 고려한 ‘위해성’을 토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세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섬유유연제는 거의 모든 의류에 사용되고 연령과 관계없이 두루 쓰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굉장히 높은 제품군이다.

환경부는 ‘위해성’ 항목에 대해 “유해성이 낮은 물질이라 해도 노출 빈도가 높으면 위해성도 커진다”고 설명한다. 소량의 자극성 물질에도 소비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에 알고 쓰는 현명한 소비자 의식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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