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고객 유치에 초점, 국내 기존 고객에 돌아가는 혜택도 해외 고객보다 적어

[데일리코스메틱=송건정 기자, 강민정 수습기자] 국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일부 해외 브랜드들의 샘플 마케팅 행보가 기존 고객은 등한시 하고 신규 고객 유치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비춰지면서, 기존 고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슬리 이벤트 페이지. 사진=시슬리 홈페이지 캡쳐

초고가의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시슬리는 현재 에센스 로션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10ml 샘플을 1천 명에게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는 용량으로 따지면 정품 80개, 가격으로 따지면 약 2천만 원에 해당하는 샘플이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해외 브랜드의 이런 대대적 샘플 증정 이벤트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움직임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이다 보니 써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이벤트 참여도는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싼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로 충성도를 가진 신규 고객이 생기기는 어려워 보이며 브랜드 이미지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기존 고객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제품력과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시슬리 화장품을 애용한다는 소비자 김 모씨(31세)는 이런 이벤트에 대해 “샘플을 마구 뿌리는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충성심이 사라지려고 한다”며 “내가 시슬리 화장품을 좋아하는 데는 ‘특별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기존 고객 유지에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 구매 고객에 대해 한국 시슬리가 취하고 있는 샘플 정책은 해외보다 박한 편이다. 구매 금액대 별로 지급하는 샘플의 종류와 개수가 다르지만, 국내에서 7만 5천원 상당의 시슬리 립밤 구매 시 필름지에 담긴 샘플을 최대 3개 제공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같은 제품에 대해 통에 담긴 ‘딜럭스 샘플(Delux Sample)’ 2개를 증정한다. 샘플의 용량과 모양새 면에서 모두 국내 고객이 받는 혜택이 해외 구매 고객에 밀리는 것이다.

▲해외에서 시슬리를 구매하면 제공받을 수 있는 딜럭스 샘플들. 사진=시슬리 해외 홈페이지 캡쳐

국내 실 구매 고객이 샘플 혜택을 덜 받는 해외 브랜드에는 키엘도 있다. 1만 3천원의 키엘 립밤 제품을 국내에서 구매하면 샘플이 1개 제공되는 반면, 해외는 모든 구매 시 3개의 샘플이 증정되고 있다.

샘플 종류에 있어 선택권도 국내가 더 좁다. 국내는 7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무려 64 종류의 샘플 중 3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실 구매 고객에 대해 샘플 증정이 해외 보다 박한 키엘은 작년, 대대적인 무료 샘플 증정 이벤트를 3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이토록 애를 쓰는 것이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샤넬, 버버리, 베네피트 등 백화점 1층을 점유하고 있던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매출 부진으로 매장을 지하나 4층으로 옮겨야 했던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슬리코리아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작년 매출도 떨어지진 않았다”며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슬리코리아는 2011년 이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규모는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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