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이라도 무차별한 베끼기는 이제 지양해야

[데일리코스메틱=송건정 기자, 강민정 수습기자] 최근 랑콤에서 ‘미라클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면서 국내 화장품의 기술력을 해외가 따라하는 사례로 지적됐지만, 아직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해외 제품을 모방한 것처럼 보이는 제품이 계속 출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2015년 봄 신상품으로 생생한 컬러 연출이 가능한 립 제품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상의 뷰티 커뮤니티를 통해 출시 전 체험단 모집과 함께 제품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사진을 본 소비자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부터 떠올렸다. 바로 크리스챤 디올의 ‘디올 어딕트 플루이드 스틱’이다.

▲크리스챤디올의 '디올 어딕트 플루이드 스틱'(좌)와 에뛰드하우스의 '컬러 인 리퀴드 립스'(상), 이니스프리의 '리얼플루이드 루즈'

크리스챤 디올의 ‘디올 어딕트 플루이드 스틱’은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발색력과 촉촉함 등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립스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립스틱 모양의 용기에 립글로즈가 들어가 있는 신개념의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신제품 ‘컬러 인 리퀴드 립스’ 도 크리스챤 디올 플루이드 스틱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투명 용기에 립스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립글로즈라는 개념이 크리스챤 디올과 같다. 이니스프리에서 출시 예정인 ‘리얼 플루이드 루즈’ 역시 디자인이 비슷한 것은 마찬가지다.

화장품 업계에서 용기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에스쁘아에서 나온 ‘홀리데이 컬렉션’은 맥의 ‘록키 호러 픽쳐쇼 컬렉션’과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들 간에도 조금 인기가 있다 싶으면 디자인을 서로 모방하는 일은 공공연한 일이 됐다.

▲2014년 디자인의 유사성 논란이 있었던 에스쁘아의 홀리데이 컬렉션 '나잇 아웃'(좌)과 맥의 '록키 호러 픽쳐 쇼' 컬렉션(우)

이와 관련, 화장품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종사했던 이 모씨(28세)는 “한국 기업에서는 디자인을 베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여건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을  만들어내야할 신제품은 넘쳐나는 데다  디자인은  찍어내듯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제대로 된 디자이너 몇 명 두지 않고있는 것이 국내 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베낀다는 기준도 애매하다”며 “특허청에 디자인권이 등록돼 있는 경우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디자인이라 모방이 불가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것쯤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다”고 전했다.

국내 화장품은 특이한  개념을 적용시킨 신제품,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으로 해외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위치에 있다. 랑콤에서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제품을 본따서 출시한 것은 한편으로 국내 화장품의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증거로도  해석될 수 있다. 모방은 최고의 찬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국내 화장품이 해외에 나갔을 때, 현재 랑콤이 받고있는 '혐의'처럼  ‘따라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것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자인업계 한 관계자는 "설사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않은 디자인이라 해도 무차별한 베끼기는 분명 지양해야 한다"면서 "국내 화장품사들은  이제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기술력을 따라하는 단계까지 온 만큼, 디자인에 있어서는 더욱 더  독창성을 발휘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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