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담긴 옛 정신과 아름다움을 K뷰티에 표현할터....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웹툰의 원조는 우리나라다. 현재 상영 중이거나 제작에 들어간 드라마나 영화 원작 가운데 30% 이상이 웹툰이다. 기발한 스토리와 독특한 캐릭터, 때론 시공을 넘나드는 SF설정 등에서 인터넷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웹툰 작가 가운데 ‘한국의 미’를 20년 외곬으로 그리는 작가가 바로 오연이다.

 

#1 동양화의 수묵 웹툰 개척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동양화의 전통기법인 수묵으로 우리 역사를 그린다는 점이다. 그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역사 지도사, 동양화가로 독자와 늘 대화한다. SNS는 물론 부천만화영화제, 대학 특강, ‘옛 그림 속 옛 이야기’ ‘위나암림(전2권)’ ‘이스트아시아판타지’ ‘조선왕릉’ 등 다양한 저작물, 블로그(http://blog.naver.com/gayasea)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조선왕릉 그림은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선왕릉전’ 입구에 전시돼 있다. 평소 그의 수묵 동양화 기법과 고증에 충실한 작품을 본 박물관에서 그를 초대한 것이다.

이번에 본지에 연재하는 오연 작가의 웹툰 ‘옛 건축 속 옛 이야기’는 20년 동안 기와건물이나 갈색으로 표시된 유적지 푯말이 보이면 방향을 틀어 무조건 답사한 결과물이다.

“문화재 이정표는 고동색으로 표시되어 있어요. 길을 가다 푯말이 보이면, 약속 시간이 촉박해도 꼭 가고야 맙니다. 가지 않으면 계속 머리에 맴돌아 결국 가게 되는 것이죠.”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답사마다 기본 600장 이상 사진을 찍는단다. 세세하게도 찍고 전체도 찍고, 풍광이나 산세, 건물 구조는 물론 기와조각, 돌덩이 하나까지 모두 찍는다. 그가 찍은 우리나라 건축물의 사진은 테라급을 넘어 컴퓨터 용량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2 고건축과의 대화

그의 웹툰은 문화를 단순한 패턴으로 그리길 거부한다. RPG처럼 주인공이 무기를 들고 적과 싸우며 다니다가 갑자기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중간 마다 퍼즐을 푸는 패턴으로 그린다. 매 화마다 만화-사진-글 이외에 현장 도면이라든가 다른 유적지와 같이 있는 형태, 흑백사진을 넣는 식이다.

오연 작가는 답사에서 무엇을 보는 걸까?

“20년이 훌쩍 넘는 동안 공부하러 찾아가고, 외로워서 찾아가고, 심심해서 찾아다녔어요. 많은 것을 보고, 느꼈고,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해서 또 찾았지요.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은 무언가 의미가 있어가 아니겠어요.”

그는 건물이 들려주는 속삭임을 들었고, 설명판에서 교과서에서 느끼지 못하는 깊은 감동을 느낀다. 현장에서 옛 사람들의 숨결을, 삶을, 그들이 건축물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숨은 마음들을 호흡하는 것이다.

“풍족한 시대에 어디 갈 곳이 없다는 건 우리 문화를 잘 모른다는 얘기죠. 역사 유적지는 즐거움을 주는 곳인데, 다행히도 대한민국엔 갈만한 곳이 엄청나게 많이 있어요.”

오연 작가는 이 땅에서 살아간, 살고 있는, 앞으로를 살 사람들에게 교훈이나 애국심을 호소하기보다는 ‘왜 남아 있고, 사라졌는지의 히스토리와의 대화 즐거움’을 알아가기를 희망한다. 자신이 외롭고 심심하고 공부하고플 때 찾아갔던 문화재들이 자신에게 준 위안과 자긍심, 긍지가 인생을 풍족하게 했다는 믿음에서다.

오 작가는 “‘광화문’은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이 최고예요. 인왕산 뒤로 해가 지면서 노을이 석축을 비추면 광화문은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에게 듬뿍 담아 줍니다. 눈 쌓인 광화문을 보는 것도 아름답고 해진 후 조명을 받은 밤의 광화문을 꼭 보시라”고 추천한다.

또 “‘광해군 묘’는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답사를 하면 뿌연 안개 사이로 광해군의 혼령이 보일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며 “미리 광해군 이야기를 알고 가면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권한다. 그는 역사 건축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만화와 글, 현장 사진으로 담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3 K뷰티의 미(美) 발견

그가 말하는 한국의 미는 무엇일까?

“건축물마다 사계절, 하루 중의 빛과 음영이 교차할 때, 날씨 등 다양한 시각에 찾을 때마다 그 모습이 모두 달라요.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려고 하지요. ‘석파정’은 봄꽃을 입은 모습이, ‘부석사는 저녁 석양이, ’낙선재‘는 비오는 여름 물기를 듬뿍 빨아들인 고동색 건물의 선명한 색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한국의 미는 오묘한 조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오 작가는 “최강의 경치는 그런 아름다움을 찾아낸 답사자와 건축물이 함께 있는 바로 그 시공이 머문 곳에서, ’보고 있다‘는 희열”이라고 부연했다.

오연 작가는 답사를 혼자만 다닐까? 그는 외로워서 찾다가, 궁금해서 다시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답사는 혼자 다녀도 좋고 여럿이 다녀도 좋다. 혼자 고독을 느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또한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 수다 떨기에 좋다”고 했다.

K뷰티는 한국의 미를 세계인에게 선사하는 비즈니스다. 뷰티에 담긴 한국의 미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연 작가의 답사의 수고로움이 K뷰티에도 깃들기를 바라는 심정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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