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보복 우려로 내년도 계획 짜기 고충 깊어져...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입술이 타고 목이 마르다. 하필 중국 어선은 이때 한국 경비단정을 들이박고….”

중국 관련 소식만 나오면 눈썹이 치켜떠지고, 심쿵을 한 지도 벌써 100일째다. 뷰티인들의 요즘 얘기다. 사드가 장기화되면서 뷰티인들의 수심도 그만큼 깊어간다.

내년도 전망 및 계획 짜기에 고민 깊어

대기업은 내년도 전망과 계획을 수립할 시점에서 어떻게 짜야할지 난감하다. 올해 실적은 그렇다 치고, 좋게 나오면 그것도 빌미가 될까 두렵다. 중소기업들은 하나둘 바이어들과의 만남이 뜸해지고, 취소도 당하면서 압박감을 실감한다. 더러는 중국 국경절 연휴,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에 요우커들이 몇 명이 왔다 등의 기사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조용하면 잘 될 텐데…”라는 게 뷰티인들의 심경이다. 모두 사드 100일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아모레퍼시픽 K전무는 치약 소동에도 촉각은 중국에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데,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이다. 올해 보다는 증가율이 떨어질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메우고, 예상보다 돌발 변수를 만난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LG생활건강 L부문장은 내년도 걱정에 위의 눈치만 살핀다. 2017년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고, 중국에서의 매출 부문을 어디서 벌충해야 할지 고민이다. 하필, 이때 전경련이 벌인 애먼 일로 국민들로부터 대기업이 받는 눈총도 거북스럽다. 3분기는 그럭저럭 선방했는데, 4분기는? 내년도 전망은?

14일 킨텍스의 대한민국 뷰티박람회에서 만난 중소기업 관계자들도 사드 걱정에 일이 손에 안잡힌다.

위생허가를  100여 개 받았다는 A코스메틱의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였건만, 사드 이후 추진하던 일들에서 활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매출 하락 현실화 우려

OEM/ODM 업체이자 컨설팅을 하는 C사의 관계자는 “중국 바이어들의 방한이 뜸해졌다. 어떤 곳은 취소도 했다. 최근 중국 어선과 해경의 충돌 사건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혹시 어떤 영향이 오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중국과의 일은 어떤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뷰티인들을 초청, 교육 및 컨설팅을 하는 한 뷰티미용협회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을 주로 소비하던 사람들이 당 간부 부인들이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이들이 구매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일사불란한 처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관광이나 미용 시술을 배우러 오는 뷰티 종사자들이 방한 계획을 취소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며 “사드 이후에 뷰티 관계자라면 모두 겪는 일이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국화장품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41.1%로, 2년 사이에 2배 이상 높아졌다는 보도(본지 10월 13일자)는 뷰티 관계자들의 우려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답한 보건산업진흥원의 답변은 원론적인 얘기로 그친다.

오히려 남인순 의원은 "중국에 집중돼 있는 국내 화장품 수출을 미주·유럽·동남아 국가들로 다변화해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며 "정부와 관련 단체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이외의 국가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다.

2016 뷰티박람회 참가 기업들의 제품소개서는 모두 중국어나 영어로 이중 표기 됐고, 한국어 소개 책자는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번 경기도 주최 K뷰티 박람회에는 34개국 200여 명의 초청바이어들이 왔다고 했지만, 중국 바이어들은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

사드 100일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뷰티인들의 수심이 마냥 깊어가게 둘 것인가? 정부의 ‘중국 절벽’ 대응책 마련과, 수출다변화 정책 추진 의지라도 밝혔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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