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소싱, 판매 다르고 가격 경쟁력과 카테고리 다양성, 신뢰도 등 때문

사드배치로 급격한 요우커 감소로 로드샵 화장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 코로나 전염병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면세점 화장품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다 중국은 우리나라 면세점이 활황을 보임에 따라 자국의 시내면세점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지난 618페스티벌에서는 해외직구가 전년 대비 220%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지난 2월부터 발생한 코로나 전염병으로 국제사회는 국경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개인 간 자유로운 왕래가 막혔다. 언택트 시대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 여행 등을 통해 각국의 재화를 직접적으로 소비했으나 코로나로 통제를 받게 됐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굳이 해외여행을 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세계 각국의 재화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도록 시내면세점과 해외직구를 활성화 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불리한 정책이다. 사드 이후 따이공이나 총판 등을 통한 판매가 위축되면서 면세점을 통한 화장품 수출 및 판매가 활성화됐다. 중국의 시내면세점과 해외 직구가 활성화된다면 국내 면세점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증권가는 진단을 하지 않거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베스트 증권(오린아)은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0년 5월 면세점 매출액은 8.3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53.1% 감소하고 전월대비 3.2% 증가했다. 이 중 내국인 매출액은 YoY 89% 감소, 외국인 매출액은 YoY 45.9% 감소해 코로나19 발병 이후의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수는 YoY 94.7% 감소하고 MoM으로는 21.8% 감소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 객단가는 8,652달러까지 상승했다. 관광객 회복이 지속적으로 어렵다보니 따이공 구매가 대부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6월 1일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海南自由贸易港建设总体方案)’ 발표하면서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 1인당 면세 쇼핑 한도를 연간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박종대)은 중국 하이난성 면세한도 상향 영향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한국 면세점과 중국 면세점은 수요가 다르다. 중국 면세점은 중국인들의 국내외 여행 수요를 기반한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은 중국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 2017년 사드 보복조치 이후 중국 인바운드는 크게 줄었다. 2016년 800만명 대비 2017년은 400만명까지 감소했고, 2019년 회복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600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2019년 면세점 매출은 2016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25조원 규모다.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면세점 화장품 상품이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둘째, 가격과 카테고리 다양성, 재고 측면에서 한국 면세점이 월등하다. 전세계에서 랑콤에 대해 50%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통업체는 한국 면세점밖에 없을 만큼 바잉파워가 세다. 전세계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많이/싸게/다양한 카테고리를 판매하는 곳이 한국 면세점이다. 따이공들이 항공권과 체류비를 감당하면서, 불법을 무릅쓰고 한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사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면세점 상품은 한정돼 있다. 이게 일반 리테일 판매와 가장 큰 차이인데, 면세점은 리테일 가격 대비 워낙 싸기 때문에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자칫 가격교란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 관리=가격 통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은 면세 담당부서를 따로 두고 물량을 통제한다. 즉, 브랜드 업체들이 하이난 성 면세점에 상품을 많이 주려면 한국 면세점이나 다른곳에서 상품을 빼야한다. 그런데, 한국 면세점이 잘 판매하고 있고 신뢰도도 높은데, 굳이 한국 면세점 판매 비중을 낮출 이유가 없다. 하이난 성에서 팔 수 있는 글로벌 명품/화장품 물량은 한정돼 있다는 말이다.

넷째, 중국 면세점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다. 중국 면세점에서 일년에 한두번씩은 꼭 짝퉁이 발견된다. 그래서, 중국 소비자들도 글로벌 명품/화장품을 중국 면세점에서 잘 사지 않는다.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들도 중국 면세점 물류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신뢰할 수 있는 면세점 업체하고만 거래를 유지한다. 따이공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품 옆에 영수증 사진까지 웨이신에 같이 올린다.

따라서 중국 면세점과 한국 면세점은 기본적인 수요와 소싱, 판매가 다르다. 실제로 2019년 초 하이난성 면세한도를 1만위안에서 3만위안으로 확대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이난성 면세점은 '중국국여'가 운영한다. 중국국여 실적 및 주가는 한국 면세점 업체들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견해다.

다만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를 하이난 성 여행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은 셧다운 상태에 있는 글로벌 공항 면세점 물량을 하이난 성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소비시장의 글로벌 화장품 수요를 하이난 성 여행으로 다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뉴스가 한국 면세점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려면 따이공들이 소싱처를 한국 면세점에서 중국 하이난 성으로 가야하는데, 가격 경쟁력과 카테고리 다양성, 신뢰도를 고려할 때,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또 5월 면세점 매출은 YoY 53% 감소한 8억 2,810만 달러에 그쳤다. 면세점 외국인 트래픽은 95% 감소했지만, 외국인 ARPU가 927%나 증가한 8,654달러를 기록했다. 면세점 호텔신라와 신세계DF 매출은 여전히 YoY –40~-50%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제3자 반출 허용은 일부 발생하고 있지만, 크게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카고(Cargo) 서비스 등이 이미 상당히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따이공 입장에서 굳이 거래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면세점 업체들의 매출은 당분간 기존 수준의 70%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 수준도 사실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 매출 5조원에서 국내외 공항 면세점 매출과 제주면세점 매출이 합쳐서 1.9조원 정도 된다. 계산해보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거의 평소 수준의 80% 이상 가동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매가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은 여행 수요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여행수요가 이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가능성을 높게 둔다면, 면세점 업체들에 대한 투자비중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 시진핑은 방한하게 될 것이고, 중국인 바운드 패키지는 회복될 수 있으며, 한국 면세점 업체들의 위상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인천공항 헤게모니 약화에 따른 비용 구조개선으로 이익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사드보복 조치 전후 면세점의 실적 지표는 그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2016년 이전에는 중국인 바운드와 호텔신라 면세점 매출이 높은 동행성을 보였다. 말 그대로 인바운드 여행 수요와 면세점 매출이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중국인 바운드는 실적 지표로서 의미가 없어졌다. 따이공으로 주 고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인 해외 여행수요가 아니라, 중국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로 의미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면세점 업체들의 밸류에이션도 하락했다. 중국 인바운드는 중국의 아웃바운드 인구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는 수요지만, 따이공 수요는 불법적인 성격으로 언제든지 중국 정부 규제에 의해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전에는 면세점 매출의 30%~40% 정도는 관광객 매출이었다.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수요의 핵심이 다시 중국 인바운드 여행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가 따이공이다. 여행 시장 미래는 불확실하다. 따이공들은 가격만 싸고 상품을 신뢰할 수 있다면 구매를 계속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입장 변화다. 지금은 재고 소진 문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재고 소진이 마무리된 후 '병행수입딜러'로 바뀐 한국 면세점에 대해 이전처럼 호의적일지는 의문이다. 중국 현지 면세점 비중을 높일 수도 있고, 중국 현지 리테일 판매 확대로 전략을 선회할 수도 있다. 이미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반품 형태로 한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회수해 간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낼 지 아직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전과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해외여행 시장이 구조적으로 레벨 다운되고, 국내 여행만 정상화되는 '닫힌 경제'일 수도 있다. 한국 면세점에는 부정적이다.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은 면세점 할당 물량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어차피 중국 수요인 만큼 중국 리테일 비중을 늘리고, 면세 상품 공급도 중국 현지 시내면세점 업체들로 채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로서는 고대하던 상황이다. 중국 인민의 해외 여행 수요를 내재화시키면서, 내수 경기 제고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닫힌 경제'의 경계가 한국 국경선이 아니라, 한국/중국/일본을 포괄하는 지역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오히려 한국 면세점의 바잉파워는 더 커질 수 있다. 아무튼, 면세점은 유통 채널 업체의 한계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격적인 매수 전략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뉴스와 실적을 꾸준히 체크해가는 유연한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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