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월 평균 40만원 이상 구매... "홍보 쉽잖고 재정 악화로 여론도 나빠져 진출 고민"

[뷰티경제=한승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뷰티 시장의 거점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사가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아랍뉴스가 이달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연평균 1만 5천리얄(한화 493만원)을 화장품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우디 가계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으로, 매달 화장품 구매에만 한화 40만원 이상을 쓴다는 의미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600억 리얄(한화 19조7,142억원)로 매년 1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세에도 국내 기업의 사우디 진출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06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2009년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2016년 토니모리를 제외하고는 주요 기업의 진출이 전무한 상태다. 업계 선도기업인 아모레퍼시픽조차도 아직 사우디에 정식 진출하지 않았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화장품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사들은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왜 사우디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업계 종사자들은 까다로운 현지 규정과 폐쇄적인 문화 장벽을 진출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로드숍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타국에 비해 확실히 입점 자체가 어렵다. 현지에서 승인한 일부 제품만 수출 가능하다"며 "사우디 여성들은 아직까지도 자유로운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사회 활동의 상당 부분을 제한받고 있다. 그렇다보니 홍보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브랜드 모델로 여성을 기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종사자 역시 문화 차이로 수출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는 외국인 여성의 출입을 매우 까다롭게 제한한다. 여성의 단독 입국이 허용된 케이스는 가족이 다 사우디 지사로 발령난 경우밖에 못 봤다"며 "사우디 현지 바이어들도 대다수 남성이다. 그런데 화장품은 업종 특성상 상대적으로 여성 종사자 수가 많다. 현지 바이어가 초청장을 보냈다 할지라도 여성 혼자 사우디에 출장간다는게 불가능에 가깝다보니 그런데서 오는 사업적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의 부정적인 경제 여건 역시 진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유가 기조로 사우디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 화장품 등 사치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 실제로 아랍뉴스 등 일부 현지 언론들은 최근 사우디 여성들이 급여의 70~80%를 화장품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같은 소비가 사우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코트라(KOTRA) 중동 수출전문위원은 "사우디 화장품 시장이 긍정적인 것은 맞다. 전신 중 눈만 노출이 가능하다보니 특히 여성들이 눈 화장 제품 구매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 여파로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심해지면서 부채와 외환 사정이 좋지가 않다. 국가 재정상태가 안좋은 만큼 현지 민간기업의 투자와 수입 현황도 많이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 정부가 재정 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복지 혜택 축소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지만, 화장품 등 사치재에 대한 민간 소비를 직접적으로 억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며 "사우디 화장품 수출은 까다로운 할랄 인증제도도 문제지만, 좋지 않은 현지 경제 상황도 장애물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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