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하나 건물 하나에도 깊은 뜻...퇴계 이황의 삶의 정취 느낄 수 있어

퇴계 이황의 삶은 단순하게 말하면 그는 여러 관직을 두루 지냈지만 정치보다는 학문을 사랑해 벼슬을 그만두고 안동에서 책을 짓고 제자들을 길러냈다. 퇴계는 주자의 삶을 동경했으며, 평생 주자학 연구에 힘을 쏟았다. 정치를 하다 낙향한 주자를 따라, 본인 역시 낙향해 제자를 기르고, 산에 은거하며 살았다.

▲ 도산서원 전경. 앞 공간은 공부하는 곳, 뒷 공간은 퇴계 이황의 학덕을 기리는 곳이다.

죽도록 공부에 미친 것도, 성리학 완성을 꿈꾼 것도 다 주자의 삶에서 배운 인생이었다. 이후 주자학은 조선 사상의 기준이 되었고, 다른 것은 절대 허용이 되지 않았다. 주자를 알아야 조선을 아는 것이고, 주자를 알아야 이황을 아는 것이다.

현판은 한석봉 글씨

서당은 공부만을 가르치는 곳이다. 서원은 공부를 가르치고 기숙하며,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국정에 관계되는 일을 하면서, 한편으로 추종하는 유현에게 제사도 지내는 공간이다. 도산서원은 도산서당에서 시작한다. 이황이 죽은 후 책도 찍고 이황의 업적을 계승하며 제사 지내는 도산서원으로 발전했다. 서원을 짓자 정부에 도산서원을 인정해달라 해서 조정에서는 ‘도산서원’ 현판을 내려 학교 정통성을 인정하고, 보조금을 내려보냈다. 현판은 선조의 명으로 한석봉이 썼다.

도산서원의 구조는 앞부분은 제자를 가르치는 도산서당 영역이고, 뒷부분은 사후에 이황의 학덕을 기리는 도산서원의 영역이다. 이런 구조는 향후 조선 서원의 기본이 되었다.

도산서원 앞마당에는 ‘열정’이란 이름의 네모난 우물이 있다. 무궁한 샘물을 퍼내어 마시듯 자신의 노력으로 심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역경정괘’에서 인용한 명칭이다. 도산서당이 있는 3칸반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싸리나무로 만든 문을 지나가야 한다. 유정문이다. 안에는 곧은 마음을 간직한 곳이라는 뜻이다. 서당 안으로는 네모난 작은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었다. 정우당, 정화시키며 돕는다는 뜻이다. 우물 이름은 몽천. 역시 ‘역경’에서 따왔다.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쳐 바다를 만들라는 뜻이다.

'절개 있는 친구들'이란 뜻의 절우사

서당 옆 건너편 정원 이름은 절우사다. 절개 있는 친구들이란 뜻으로 주변에 매란국죽을 심어 키웠다. 서원 정문 이름은 진도문이다. ‘길을 찾아 전진하라’다. 서고는 광명실로 책으로 밝게 비춘다는 뜻이다. 이황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는 덕을 숭상하라는 뜻.

건물 하나, 문 하나, 우물 하나마다 깊은 뜻이 있고, 제각기 용도가 있다. 서당 옆 농운정사는 기숙사로 工자형 건물이다. 공부하라는 의미이니 건물을 지을 때 짧은 처마를 사용하여 형태를 갖췄다고 한다. 음력 2월 8일에 ‘향사’를 지낸다. 도산서원을 걷고 있으면 매화나무가 많다. 매화를 사랑한 이황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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