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혁명 시작...원브랜드숍에서 편집숍으로의 트렌드 및 신생 브랜드 론칭 붐

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브랜드 전략에 따라 원 브랜드 숍에서 멀티숍 또는 편집숍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 신생 화장품 기업 및 ODM업체들의 소매점 확장으로 신개념 숍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플래그숍이냐 팝업 스토어냐? 매장 재창조를 둘러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펴 보았다.<편집자>

①플래그숍 ②팝업 스토어 ③브랜드 아이덴티티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장 재창조 혁명이 시작됐다. 신생 브랜드들의 잇단 플래그숍 론칭 붐과 맞물려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편집숍 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브랜드+아이덴티티+이미지의 미학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이 날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니스프리 1,350개점, 아리따움 1,350개점, 에뛰드하우스 400개점, 더페이스샵 1,200여 개점. 이는 국내 상위 브랜드의 출점수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하는 브랜드들은 자사 제품이 묻혀버릴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독립적인 소매점 형태를 선택해, 다른 소매업체와 섞이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원브랜드숍, 편집숍을 늘리는 이유다. 선택은 제휴로 얻거나 잃게 되는 이익 정도에 달려 있다.

원브랜드숍에서 편집숍으로

현대의 소매점은 미학 마케팅, 즉 브랜드·아이덴티티·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한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다양해짐으로써 아이덴티티와 이미지 관리가 크게 확장되었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아이덴티티를 로고나 그래픽, 포장과 마케팅 책자, 매장 인테리어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이미지를 창조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한 인상을, 기업의 미학 즉 다양한 매체를 통한 스타일과 테마의 표현에서 얻게 된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얼굴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파는 가게라는 뜻의 브랜드 명칭을 사용했다. 웰빙 용품으로 자연 친화성을 강조해 꽃·과일·곡물 등 식물성 재료에서 추출한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고, 자연주의를 브랜드 콘셉트로 잡았다. 이러한 자연주의 콘셉트는 화장품의 원료뿐 아니라 제품을 담는 용기와 매장 분위기까지 일관되게 적용했다. 흰색을 기반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설계한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인위적인 가공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더페이스샵’은 초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면서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잃지 않고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 7월부터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비욘드·비욘드·투마루 등 20여 개 브랜드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네이처컬렉션’이라는 편집숍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편집숍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구매 패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유통 채널로, 단일 브랜드숍에 비해 폭넓은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원브랜드숍에서 멀티 편집숍으로의 매장 변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LG생활건강의 네이처 컬렉션 매장 모습.

2초 이상 머물 공간

‘쇼핑의 과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파크 언더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구매하기 전에 관찰을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신제품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다. 화장품을 구입한 여성이 포장을 읽는 시간에 관한 데이터를 보면 얼굴 세안제 13초, 피부 보습제 16초, 비누 11초, 샤워 젤 5초, 자외선차단제 11초, 여드름 치료제 13초가 걸렸다고 한다. 포장을 읽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시간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고객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단 2초도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매장 관리자는 “뒤쪽에서 누군가와 부딪치지 않고 쇼핑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고, 부정적이라면 공간 구성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남성은 별 생각 없이 실내에서 가장 분주한 앞쪽 테이블을 선택하지만, 여성은 빅 맥을 내려놓을만한 장소를 발견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뒤쪽 테이블로 향하는 점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된다.

'암소와 송아지' 문화

로레알의 최고 경영자 린제이 오웬-존스는 화장품 브랜드를 ‘암소와 송아지’ 문화라고 부른다. 그는 “소떼는 송아지를 생산하는 한에서만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실제로 소떼 중 작은 일부만 우유를 생산한다. 회계사들이 현재 돈을 벌고 있는 소들만 남겨두고 나머지 소떼는 없애버리도록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아직 돈을 벌고 있지 않은 것들에도 항상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레알의 20개 브랜드 중 14개가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데서 오웬-존스의 핵심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매장 재창조를 고려하는 브랜드들이 새겨야 될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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