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체적 계획 없고 예산 확보도 안돼
[뷰티경제=이동우 기자]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화장품협회 제 67회 정기총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총회에서 서경배 회장은 5선 연임에 성공했고 이어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화장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자는 포부도 드러냈다.
협회가 고무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총액은 29억 달러로 작년 대비 약 55%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보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언제까지'가 없다. ‘수출 100억 달러'는 매년 55%씩 성장해야 3년이 걸릴 목표다. 어떤 식으로 어떻게 성장을 이어가 얼마만에 목표를 이루겠다는 건지 전혀 로드맵이 보이질 않는다. 화장품 수출 100억 달러를 이룬 나라는 지난 2014년 기준, 세계에서 프랑스 단 한 곳 뿐이다.
이어 협회가 발표한 문화·관광 산업 육성, 주변 산업과의 융합, 수출경쟁력 강화, 업계의 자율 강화 등 목표를 위한 4대 전략과 관련해서도 예산 확보는 사실상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출 100억 달러 달성까지) 사실 약 10년 정도를 바라보고 있지만 더 빨리 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구체적인 시점은 정하지 않았으며, 목표 산정 금액 100억 달러는 단지 그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4대 전략 예산과 관련해서는 “올해 안으로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지만 사실 아직까지 전략을 실행할 예산은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회의 올 예산안 금액은 작년 대비 13% 증가한 약 21억 5000만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비 약 12억 5000만 원, 적립금 약 1억 5000만 원, 기존 사업비 약 7억 원이 전부다.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세운 4대 전략 예산은 역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국내 화장품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도, 예산도 없는 주먹구구식 미래 설정으로 각오를 다진다면 ‘수출 100억 달러’ 문구는 자칫 기분에 취해 꿈만 좇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