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의에서도 ‘브랜드 VS OEM’ 갈등 폭발

화장품을 구입해서 살펴보면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이라는 표시가 기재돼 있다. 제조원은 제품을 생산한 곳이며 제조판매원은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화장품법은 반드시 이 항목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현재 제조원과 제조판매원이 제조원 표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제조원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의 OEM 및 ODM업체이고 제조판매원은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중견 및 중소 화장품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특별한 관심도 없는 제조원 표시를 놓고 OEM과 브랜드는 무엇 때문에 갈등과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문제는 오래전에 예상됐었다. IMF 이후 브랜드는 생산시설의 축소와 높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자체 생산 보다는 외주를 통한 주문 생산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효율성이 높아 많은 제품을 OEM방식으로 생산했다.

따라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서 브랜드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OEM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시장에서 히트제품으로 인식되면 곧바로 미투 제품이 이곳저곳에서 출시돼 시장이 교란되면서 판매기회를 잃는 경우가 속출됐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제품 개발 아이디어와 시장 개척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OEM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워 경쟁 브랜드에게 비슷한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생산해 지적, 재산상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특히 브랜드는 OEM생산을 할 경우 제품 품질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처방 기술이 노출되면서 다툼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의 에어쿠션 특허분쟁이다.

때문에 일부 대형 브랜드는 처방 기술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OEM생산을 가급적 피하고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대형 브랜드만 있고 중견 브랜드가 성장하지 못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특히 대형 브랜드는 OEM에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관계형성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이 있었지만 자칫하면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다고 판단했다. 외부 생산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이후 중국 특수가 발생했다. 중국 시장에서 이 문제가 또다시 등장했다. 일부 국내의 히트제품이 중국에서 버젓이 유통됐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높은 수익으로 큰 문제를 삼지 않고 두리둥실 지나갔다.

조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중소 브랜드가 어느덧 중견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양한 경우의 수 때문에 기존의 OEM사에서 다른 OEM사로 생산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제조원을 교체할 경우에는 수출국가에서 위생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이 제기됐다.

따라서 제조원 표기를 없애야 한다고 일부 중소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제기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는 묵시적 동의는 하지만 표면적으로 나서지 않아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권오섭 메디힐 회장이 청와대의 유니콘기업 초정 석상에서 제조원 표시의 모순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식약처는 화장품협회 등과 수차례에 걸쳐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조정을 하지 못해한 셈이다. 식약처가 논란의 불씨를 키운 셈이 됐다. 브랜드의 관계자들은 “한국콜마 등 OEM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가 화장품협회 주요 임원사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수출 활성화 등을 모새하기 위한 자리다. 또다시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당연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제조원 표시를 현행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브랜드는 아예 제조원을 표시하지 않거나 브랜드가 선택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제 제조원 표시는 브랜드의 OEM 회피에서 브랜드와 OEM의 조용한 갈등에서 벗어나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건의된 사항이고 청와대의 조정과정에서 브랜드와 OEM 간에 표면화됐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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