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제품 요구에도 내 놓을 만한 제품 부재
10년 넘게 마스크 팩, 스킨케어가 겨우겨우 명맥 이어
수분크림과 비비크림은 경쟁력 상실한지 오래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화장품 비수기다. 

국내 뷰티 시장에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데오드란트가 소개됐다. 중반쯤부터 화장품 브랜드는 비수기에 조금이라도 매출을 향상시키기 땀 억제와 냄세 제거 등의 목적을 가진 데오드란트, 태닝, 제모 등을 개발하면서 여름화장품 시장에 활력을 주었다.

이때 국내 데오드란트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됐었다. 시장규모는 100억원대로 추산됐었다. 니베아와 유니레버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80%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수기 극복과 매출 향상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해피바스와 엘지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진출했다. 

이후 다수의 브랜드에서 데오드란트 시장에 진입하면서 역동성을 주었다. 특히 국내 브랜드 진출로 기존의 수입사 제품이 1만4~5천원대였지만 더페이스샵의 데오드란트는 같은 용량에 5,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면서 가격 인하 효과를 주었다.

하지만 2007년에 여성환경연대가 시중에 판매되는 데오도란트 제품 가운데 5개 국내·수입사의 6종 제품을 수거해 프탈레이트 DBP(디부틸 프탈레이트), DEHP(디에틸헥실 프탈레이트), DEP(디에틸 프탈레이트) 3종의 성분 함유여부를 검사한 결과 전 제품에서 1가지 이상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 이슈가 발생하자 식약처는 2007년 9월에 화장품 원료 기준에 등재돼있던 디프틸 프탈레이트 등 5가지 성분을 등재에서 삭제하고 폴리 아크릴 아마이드 등 8개 성분의 배합 한도를 신설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아모레퍼시픽은 데오드란트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현행법상 ‘데오드란트’라는 단어가 제품에 표시될 경우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의약품과 같이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며 화장품으로 재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이 같은 논란 이후 2009년 6월에 복지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해외에서 화장품으로 취급하는 일부 의약외품을 화장품으로 재분류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데오드란트 등을 비롯해 여성 외음부 세정제,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하는 옥용제, 손·발 피부연화 제품 등이 '화장품'으로 분리됨에 따라 허가가 필요치 않게 돼 화장품업종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처럼 데오드란트가 프탈레이드 파동을 겪으면서 화장품업계 주장처럼 의약외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됐다.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은 오히려 역주행했다. 참가나 철수는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사업성에 따라 결정하는 문제다. 다만 이때는 국내 뷰티 브랜드가 작은 틈새만 있어도 도전하고 개척하면서 활기가 넘쳤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뷰티 브랜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중국 특수가 본격화되면서 부터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중국의 유통업체들이 년 간 수 백 억원을 개런티했기 때문에 작은 시장을 놓고 힘들게 노력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중국 특수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은 드물다. 매출이 하락하면 구조조정 등을 하면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이다. 지금도 OEM에 개발과 생산을 의뢰하는 브랜드가 태반이다. 특색있는 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

특히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은 전 세계 각국의 화장품이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 브랜드, 그리고 태국 등 저가 화장품이 진출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국내 브랜드의 포지션이 애매모호해졌다.

또 연구개발을 게을리하면서 개성있는 즉 특화된 제품을 요구하는 중국 시장에 내 놓을 만한 제품이 거의 없다. 10년 이상된 마스크 팩, 비비크림, 스킨케어 세트 등이 고작이다. 한때 수분크림이 강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경쟁력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최근 들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갈 곳이 없어진 국내 뷰티 브랜드는 다시 작은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위그를 극복할지 관심이다.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