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경제=이동우 기자] 가정해보자. 24시간 자신의 내밀한 모든 것이 노출된다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등 사소한 것부터 사적인 개인 정보까지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보관된다 생각해보자.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심각하게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 여길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계처럼 말이다. 그런 세계와 마주할 날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빅데이터 기술에서 빅브라더를 보다

사적인 내 모든 흔적들이 데이터가 되고 누군가에게 정보로 쓰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시스템이다.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포인트와 경품이 곧 자신의 개인 정보의 대가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 이용을 숨기기는커녕 자사의 정보처리 능력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미국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보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GAFA’로 불리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 (Apple)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이 모두 IT기업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가와 버금갈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하루에도 수십억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 최신 결과물이 바로 구글의 AI 컴퓨터 알파고다.

문제는 우리의 수많은 행동들이 데이터화돼 일부 극소수에 의해 수집·이용되고 있다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 상의 구글 광고나 아마존의 고객 추천 서비스에서 이를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는 내 니즈에 맞는 상품을 알아서 찾아주는 게 신기하면서도 때로는 나도 몰랐던, 혹은 나만의 내밀한 취향을 이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설계한 원형감옥(팬옵티콘 Panopticon)을 빗대 지난 1975년 ‘정보사회의 팬옵티콘’ 현상을 예견했다. 핵심은 다량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나, 초국가적 기업 등 소수집단이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수많은 개인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코의 분석을 작금의 현실에 비춰 보자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GAFA뿐만 아니라 세계 수많은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이 초일류로 가는 사다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이는 비단 IT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을 포함한 국내 주요 업계에서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확보를 미래의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다.

지난 2014년 세계 1위 코스메틱 브랜드 로레알(L'Oreal)의 디지털사업부 조지 에드워드 디아스(George-Edouard Dias)는 연설에서 “미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실시간 마케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로레알은 고객 데이터 분석과 소셜 미디어·모바일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국 브랜드가 들어가는 각 국가의 모델을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장품 선두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이러한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록 현재 자사 고객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실제 사업에 이용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두 기업 모두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기술이 향후 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같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신촌에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옴니스토어를 개점했고, LG생활건강 또한 올해 자사 브랜드 VDL을 통해 피부 데이터를 분석한 맞춤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국내외 할 것 없이 세계는 소비자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꿔 말하면 세계 유수 기업들은 우리의 내밀한 모든 정보까지 접근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과연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초국가적 기업이나 특정 집단이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의 생각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특정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과연 허무맹랑한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일지 의문이다. 빅데이터의 활용이 향후 빅브라더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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