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화장품의 판매 사후보고까지 관리하는 조치 시행, 가격인하 압박도 점차 강해질 듯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한국 화장품업계가 사드 보복 우려에 관심이 쏠린 사이, 중국의 화장품 시장 시스템 구축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상해시 푸동신구에서 수입비특수용도화장품 등록 관리 시범실시하는 관련 사항에 대한 공고'는 이런 측면이 강한 조치다.(본지 1월 20일자 보도 참조) 

첫째 중국 정부가 수입 화장품시장 '관리'에 나섰다는 점이다. 20여 년간 중국 정부 관련 인증업체를 운영 중인 SMC커뮤니케이션의 우미희 대표는 "이번 조치에 질검총국이 포함된 것은 수입 화장품의 사후 판매보고까지 '관리'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 내 수입화장품시장의 ERP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으로 향후 화장품 시장 유통 파악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유통에는 중국의 3개 기관이 감독한다. 위생허가는 위생부의 CFDA(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에서, 통관 검역 및 샘플링 검사는 상무부의 AQSIQ(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 시장 감독관리와 행정집행은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이 각각 맡고 있다. 중국의 수입화장품에 대한 ERP는 2011년에야 구축됐다. 하지만 최초 등록지와 각 항구마다 요구서류나 내용이 달라 행정 혼선이 빚어지고 지연되는 등 민원이 제기됐다. 각부의 세 기관의 업무 협조도 원활치 않으면서 행정 과부하가 걸린 것. 또 CFDA의 위생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업무 폭증과 인력 수급 조절, 업무 처리 지연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중앙 위주의 행정을 점차 지방으로 이양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 필요성도 있었다.

우 대표는 "서로 다른 기관이 감독하기 때문에 서류를 일일이 각 기관에 등록해야 하고, 만일 허가와 다른 내용이 라벨이나 포장에서 발견되면 제재를 받게 되는 등 현장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은 수입화장품 시장 정책 수립 및 자국 내 시장 관리의 기반 구축을 위해 시범 실시에 나선 것이다. 상해 푸동신구를 지정, 최초 등록지로 해서 올해 3월 1일부터 2018년 12월 21일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평가, 확대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는 중국의 내수시장 보호 정책이다. 특히 위안화 약세를 통해 수입 문턱을 높여 중국 기업들이 온전히 차지하는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서 그나마 유망한 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의 30%를 중국이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면에서 중국 내수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측면도 강하다. 그런데 한국화장품 무더기 통관 불허, 위생허가 지연, 개정 화장품안전기술규범의 경과 조치 미흡 등 비관세 장벽 강화 등이 소리 소문없이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셋째는 요우커들의 화장품 구매를 자제시키는 유턴 정책을 수립, 실시하고 있다. 또 소비세 인하를 통해 수입화장품 업체들의 가격 인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15일부터 4개 브랜드 327개 제품의 중국 판매가격을 3~30% 인하했다. 또 로레알은 4일부터, 에스티로더도 5일부터 제품별 가격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와 해외직구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화장품 가격이 투명해지고 있어 해외 화장품 기업이 중국 소매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 유통 관계자는 "브랜드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국가 간 판매경쟁"이라고 말함으로써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가 한국 화장품 압박에 나선 것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규모가 커지고 있는 자국 내 화장품 시장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선 측면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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