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브로너스 "하반기 국내 출시"... 이솝도 "검토중"

[뷰티경제=한승아 기자] 수입 화장품사가 국내 치약 시장 탐색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정부가 치약을 '의약외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 틈새를 노려 한국 생활용품 시장 진출까지 검토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는 지난해 2월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화장품 범위 확대 내용을 담은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치약·구강청정제 등은 그간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약사법 적용을 받았으나,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치약은 화장품법이 적용돼 지금보다 규제가 완화되게 된다. 의약외품에 의무화돼 있는 허가·심사 과정이 생략돼 대다수 치약이 식약처 사전심의 없이 조속한 판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치약의 화장품 분류를 '적극 찬성'하는 화장품 업계와 '강력 반대'하는 제약 업계가 충돌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혼란한 틈을 타고 수입 화장품사가 한국 치약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유기농·친환경 등 성분 차별화을 앞세워 프리미엄 치약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이다.

▲ 닥터브로너스·이솝 등 수입화장품사가 국내 치약 출시를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미국 유기농 화장품 닥터브로너스(Dr. Bronner’s)다. 닥터브로너스는 올 하반기 한국에 '올 원 투스페이스트(All one toothpaste)'를 출시할 계획이다. 파라벤·불소 등 화학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유기농 치약으로, 페퍼민트향·시나몬향·아니스향 등 화장품 못지 않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닥터브로너스 홍수연 과장은 이에 대해 "올 하반기 한국에서 치약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소비자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확실히 치약도 유기농·천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아무래도 치약은 식도를 타고 체내로 흡수될 수 있고, 예민한 구강점막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 보니 더욱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정확한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치약이 한국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등록 절차가 복잡하다. 또 상품명도 국내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닥터브로너스 치약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치약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닥터브로너스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지향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격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맬버른에서 탄생한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 역시 국내 치약 출시를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솝 경인선 대리는 "치약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현재까지는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아직 본사와도 협의가 되지 않았다. 계획은 있으나 연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고 밝히고, 출시 시기가 늦춰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치약을 화장품으로 분류하려는) 식약처의 법 개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프리미엄 치약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원장 김덕중) 손성민 연구원은 "유기농·친환경 치약은 이미 오래 전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한 차례 붐이 지나갔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미백 등 기능성 치약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다 보니, 이러한 트렌드가 늦게 포착된 측면이 있다"며, "치약은 기본적으로 먹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제품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 안전한, 더 건강한 치약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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