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통한 40억 인구를 시장으로 삼아야...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마스크팩이다. 이는 품질 대비 가격이 가장 싼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마스크팩의 혁신 기술이 들어 있다. 25g 내에 피부영양분과 보습, 흡착기능을 집어넣었다.

중국 여성들이 세안 후 마스크 팩 한 장으로 화장을 대신하는 습관은 마스크팩 때문이다. 바로 BOP마케팅의 한국적 성공 사례인 것이다. 마스크팩 시장이 폭발하면서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만 5만여 종에 이른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전략

BOP(Bottom of Pyramid)란 피라미드의 밑바닥, 최하 소득계층을 말한다. 연간 3천 달러 미만으로 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며, 소비시장 규모는 5조 달러로 추정된다. 미래학자들은 저소득층의 잠재력에 주목하면 새로운 사업기회와 빈곤 등 저소득층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GE는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와 함께 도시 외곽지역에서 산모와 유아사망률 20% 이상 줄이는 보건 모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헬스케어 사업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GE의 신성장 전략이다. MRI 등 고가 의료장비보다는 필수 기능을 갖춘 저가의료기기로 20억 명에게 의료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이나 LG도 아프리카지역의 축구팀 스폰을 맡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BOP마케팅의 일환이다.

기존 타깃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저출산 및 고령화로 소비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BOP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빈곤층 시장을 분석해보니, 부유층이 명품에 열광하듯, 빈곤층도 생필품을 구매할 때 적절한 품질을 갖춘 좋은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남미에서는 P&G의 기저귀 팸퍼스를 구매한 빈곤층은 제품을 쇼핑백에 넣지 않고 팔에 낀 채 매장을 나간다고 한다. 자신은 생활력이 강하고 아이를 소중히 여긴다는 자존심과 야망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혁신기술로 값싸게 대량으로 팔아라

BOP란 용어를 만든 프라할라드 교수는 ‘피라미드 맨 아랫단의 부(저소득층을 시장을 공략하라)’는 책에서 “BOP 시장의 잠재력은 어머어마하다. 바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40억~50억 인구와 구매력 평가 기준 13조 달러 이상의 경제다”라고 소개했다.

프라할라드는 BOP마케팅의 특징을, 첫째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수십 배 더 싸게 만든 후 대규모로 팔고, 둘째는 상품화되는 제품과 서비스가 BOP층을 상위층으로 밀어 올리는 요소들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유니레버의 자회사 힌두스탄 유니레버는 인도의 BOP 시장을 겨냥해 위생에 기초한 마케팅 캠페인을 개발해 비누 판매를 늘렸다. 계획대로 매출을 20퍼센트 끌어올렸고, 부가적으로 매년 66만 명을 죽이는 설사병이 단지 손을 씻는 것만으로 예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손 씻기를 통해 건강이 좋아지면 아파서 일을 못하는 날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소득이 늘어난다. 그러면 구매력도 높아지고, 아이들도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익은 소비자만이 보는 게 아니다. 경제학자 하트는 “1950년대 혼다는 불필요한 장비를 모두 제거한 아주 값싼 오토바이를 팔았고, 1960년대 미국에서 이 제품은 할리 데이비슨을 살 수 없는 인구에게 접근했다”며, “그 결과 혼다의 값싸고 혁신적인 기술은 굉장한 경쟁우위 요소로 작용해 미국의 기존 업체를 붕괴시켰다”라고 설명했다.

GM, 포드, BMW, 혼다 등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동차사가 인도의 타타다. 타타인더스트리(Tata Industries)는 2008년 세계 최초로 2,500달러짜리 자동차 나노(Nano)를 창조했다. 물론 인도의 국민차로 수백만 대가 팔려나갔고, 이를 본 글로벌 자동차사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 비보호장벽 강화, 로컬 브랜드의 성장, 대형 유통망의 볼모!

중국 시장에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한국화장품 업계의 현주소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2020년이면 중국 시장도 분홍빛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너도나도 중국 진출에 나서지만, 아시다시피 중국시장은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제2의 마스크팩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끼리 치고 박는 경쟁보다는 신기술로 BOP를 노려야 한다. 40억 인구로 확장시키는 BOP 마케팅에서 한국화장품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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