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페리 최인석 대표 "K뷰티 크리에이터 300명 배출…Asia 뷰티 크리에이터 커머스 통합"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레페리)라는 국내 신생 기업이 중국의 텐센트와 손잡고 뷰티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일부터 중국 전역에 방송한다. 또 이 회사는 최근 카카오의 'K venture Group', 중국 'DT캐피털', 중국 화장품 유통사 '릴리앤뷰티' 등으로부터 모두 2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3년 정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인 레페리가 어떻게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와의 초대형 프로젝트,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을 할 수 있었을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28)를 만났다.

▲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는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커머스까지 통합 관리하면서 범 아시아계 규모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덕용 기자>
▲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가 직영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덕용 기자>

#1. 텐센트와 첫 인연 맺게 해준 위챗

최 대표는 "레페리가 천운 가득한 회사"라며 텐센트와 인연을 맺게 된 얘기부터 꺼냈다.

"중국 심천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직원을 뽑았는데 그 직원의 집 옆에 텐센트가 엄청난 높이의 빌딩을 신축하고 있었다. 직원을 통해 중국 최대 인터넷 텐센트의 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언젠가는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조건 텐센트 관련 인사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의 미래를 설명하고 사업 아이템을 전달했다. 신기하게도 반응이 바로 왔다. 이것을 계기로 그 회사의 한국 임원을 만나게 되면서 우리 회사의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아이템을 소개할 수 있었다. 이때 직접 찾아가 만나고 부딪혀야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뒤 텐센트가 레페리 사업 아이템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방송 프로젝트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대표는 이 사례에서 국내와 중국 기업의 의사 결정 문화의 차이를 설명했다.

"국내 기업에 사업 제안을 하면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확인되면 빠르게 진행된다. 중국은 사업의 컨펌은 빨리 되는 반면 중간에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딴소리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업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친다. 텐센트와 미팅에서도 5시간 이상 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사업 방향이 확정되면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 중국인들은 사업 파트너를 한번 믿으면 배신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의리 있고 합리적이었다."

▲ 레페리는 다또아, 밤비걸, 예니, Made in Mia, KIMDAX 등 82명 전속 크리에이터와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 제공=레페리>
▲ 레페리는 회사 인력의 70%가량 해외 커머스 사업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사진=이덕용 기자>

#2.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 모델 구글 지원받아

사실 레페리의 첫 사업 모델은 O2O 커머스 플랫폼이었다. 온라인에서 뷰티 제품을 구매하면 그것을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현재의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 모델은 요리의 메인 재료가 아닌 양념같이 보조적으로 준비 중이던 아이템이었다.

"정부 지원 자금 2,000만 원을 받아 보려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어떤 아이템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뷰티 블로거의 경험을 살려 하루 만에 뷰티 크리에이터 관련 사업 계획서를 만들었다. 허술하게 준비한 만큼 상은 고사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엄청 깨졌다. 그 와중에 우리의 아이템을 눈여겨봤던 구글 임원이 블로거 행사에 초대했다. 여기서 우리 사업 계획을 소개할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이때 우리가 준비했던 아이템이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행사 뒤에 구글에 뷰티 크리에이터 100명 육성할 테니 공간, 장비, 간식 등의 지원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2014년 8월 첫 뷰티 크리에이터랩 교육을 진행하게 됐다."

▲ 레페리 카페룸은 2인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이 콜라보레이션 영상을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사진=이덕용 기자>

#3. 82명 전속 크리에이터 구독자 수 600만 명

레페리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10회 이상 진행했고, 국내 뷰티 크리에이터 300여 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다또아, 밤비걸, 예니, Made in Mia, KIMDAX 등 82명 크리에이터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의 크리에이터 30여 명과도 계약이 예정돼 있다. 이들 뷰티 크리에이터의 구독자수는 약 600만 명의 규모다. 레페리는 국내뿐 아니라 홍콩, 중국 심천, 베트남 지역에 지사를 세워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뷰티 크리에이터의 육성에서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왕홍 경제'가 1,000억 위안에 이르고 있지만 모두 왕홍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다. 레페리는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커머스까지 통합 관리하면서 범 아시아 규모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단순히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첫 데뷔부터 그 다음 성장까지 단계별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어 최적화된 관리를 하고 있다. 하나의 난초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10명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부터 60만 명까지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까지 모두 아우르고 가겠다는 마인드다. 아울러 잘 만들어진 콘텐츠보다 잘 만들어지는 콘텐츠 제작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크리에이터의 진솔한 성장 스토리를 통해 1년 만에 영상 구독자 수가 급등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 레페리 패션 스튜디오는 넓은 Horizon 형태로, 패션영상 촬영 및 다앙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이덕용 기자>

#4. 중국·동남아 등에 본격 진출…구독자수 2018년 2,000만 명

최 대표는 현재 한국이 2년 만에 MCN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산업 변혁기에 살아남기 위해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레페리 베트남 지사를 통해 동남아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을 시작했으며, 크리에이터 다또아와 함께 중국 '타오바오'에 전용숍을 오픈하여 커머스 사업도 본격 진행 중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 인력의 70%가량은 해외 커머스 사업 인력에 배치하고 있다. 직영몰 운영에서 크리에이터는 제품 선별과 콘텐츠 제작을 맡고 있고, 나머지는 레페리가 전담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크리에이터의 구독자수를 현재 600만 명에서 2018년까지 2,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독자 2,000만 명에게 100위안 짜리 한국 브랜드 립스틱을 판매할 수 있다면 3,334억 원(20억 위안)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K뷰티가 A뷰티로 바뀔 수 있도록 앞장 서고 싶다. 특히 국내에서 뷰티 크레이티브가 좋은 정보를 전해주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면,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그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인생 자체를 바꾸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흥미로운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뷰티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K뷰티에서 A뷰티로, 새로운 각도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는 콘텐츠'로 신개념 MCN의 춘추전국시대를 연 레페리 최인석 대표. 그의 행보를 구글이 눈여겨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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